세계은행의 2023년, 2024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 그래프
세계은행(WB)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낮추며 경기 침체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 전망치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수출 비중이 큰 우리나라에는 좋지 않은 흐름이다. 새해 벽두부터 수출 실적도 좋지 않게 나오고 있다. 정부(1.6%)나 한국은행(1.7%)의 전망보다 올해 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도 있겠다. 경기 진폭을 줄이고, 특히 급격한 침체로 빠져들지 않게 정부와 통화당국이 적기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
세계은행은 10일(현지시각)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1.7%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6월 보고서에서 전망했던 3.0%에서 거의 반토막으로 낮춘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에 올해 성장률을 2.9%에서 2.7%로 낮춰 잡았는데, 이보다도 크게 낮다. 최근 몇달 사이에 경기 전망이 그만큼 나빠졌다는 뜻이다. 세계은행은 세계 교역량이 지난해 4% 증가했는데, 올해는 1.6% 증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이를 억제하기 위한 가파른 금리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이 세계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게 세계은행의 분석이다. 특히 선진국의 성장률이 지난해 2.5%에서 올해 0.5%로 추락하며 세계 경제 하락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작년보다는 조금 회복될 것으로 보이는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지난해 6월의 5.2%에서 4.3%로 낮췄다.
세계 경제 침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엔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지난달 수출이 전년 같은 달에 견줘 9% 넘게 줄어들며 석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는데, 새해 초 수출 실적도 아주 좋지 않다. 10일까지 수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에 견줘 0.9% 줄고, 영업일수로 계산하면 14.1%나 감소했다.
정부나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 경제가 지난해보다 둔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외부 여건의 악화를 고려하면 생각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게 유의해야 한다. 연초에 정부가 ‘반도체 기업 세액 공제 확대 추진’ 방침을 밝혔는데, 투자 진작은 안 되고 재원만 축내는 이런 일부터 밀어붙인다면 신뢰만 잃게 될 것이다. 예상과 다른 경기 흐름이 나타날 경우 신속대응할 수 있게 크고 작은 대응책을 미리 준비해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