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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윗선’ 건드리지도 못한 채 막 내린 ‘이태원 참사 수사’

등록 2023-01-13 18:01수정 2023-01-13 18:29

이태원 참사를 수사해온 손제한 특별수사본부장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특별수사본부에서 수사 결과에 대한 브리핑에 앞서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해온 손제한 특별수사본부장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특별수사본부에서 수사 결과에 대한 브리핑에 앞서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73일간의 이태원 참사 수사를 마무리하고 13일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비롯해 23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가운데 구속 송치된 이들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6명이다. 하지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은 모두 무혐의·내사종결 처분했다. ‘성역 없는 수사’는커녕 ‘윗선’에는 가닿지도 못한 채 수사가 막을 내리고 말았다.

특수본 수사는 애초부터 경찰의 ‘셀프 수사’라는 지적과 함께 경찰청장, 행안부 장관으로 이어지는 지휘체계 윗선까지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불신 속에 시작됐다. 실제로 행안부에 대해선 참사 발생 19일이 지나서야 겨우 강제수사에 나섰고 그나마 장관 집무실은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눈치보기 수사’ 행태를 보였다. 윤희근 경찰청장의 경우 수사 초기에 집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 의지를 보이는 듯했지만 결국 소환조사 한차례 없이 내사종결 처분했다. 서울시에 대한 수사도 마찬가지였다.

행안부·서울시·경찰청 등 상급 기관의 책임과 관련해 특수본은 “사고 발생에 대한 예견 가능성 등 구체적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런 식이면 법령에 구체적 주의의무가 부여된 하위직일수록 더 큰 책임을 지고, 정작 막중한 권한을 지닌 윗선으로 갈수록 책임에서 벗어나는 역설적인 상황이 된다. 고위직 책임자들이 그에 걸맞은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지휘 역할을 다했는지 철저히 수사했어야 한다.

특히 특수본은 참사가 커진 원인에 대해 “사고 이후 부정확한 상황 판단과 상황 전파 지연, 유관기관 간 협조 부실과 구호 조치 지연 등 기관들의 과실이 중첩되어 다수의 인명 피해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경찰·지자체·소방·서울교통공사 등 각 기관이 제 역할을 유기적으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들 기관을 지휘해 재난 상황에 대처하는 컨트롤타워 기능이 부실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 책임은 재난·안전 업무를 총괄·조정하는 행안부 등 상급기관에 있다.

이상민 장관 등 고위 책임자들은 참사 이후 부적절한 처신으로 비난받았지만 형사처벌은커녕 정치적·행정적으로도 아무런 징치를 받지 않고 있다. 정부가 과연 국민 안전을 무겁게 여기고 있는지조차 의심되는 형국이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추가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본격적인 보완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윗선의 책임을 얼마나 밝혀낼지 온 국민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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