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를 받기 전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자체 핵 보유를 언급했다. “북핵 문제가 더 심각해지면”이란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한국 대통령이 직접 독자 핵무장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어서 파장이 크다.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는 형식으로 이견을 드러냈다. 대통령의 경솔한 강경 발언이 거듭 혼선을 초래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
윤 대통령은 국방부 새해 업무보고에서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지면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 과학기술로 더 이른 시일 내에 우리도 (핵무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 백악관은 다음날 한반도 비핵화를 거듭 강조하면서, 한국의 자체 핵무장에 부정적인 뜻을 에둘러 밝혔다.
윤 대통령이 이번 발언의 무게와 파장을 제대로 고려했는지 의문이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당국자들은 “자체 핵무장을 제시한 것이 아니고 확장억제를 강조한 것”이라며 수습에 분주하다. 윤 대통령의 핵 관련 언급이 논란을 일으킨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선 ‘미국 핵전력의 공동기획·공동연습’ 논의를 언급했다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관련 질문에 “아니다”(No)라고 답변하면서 혼선이 빚어졌다.
북한이 핵능력을 고도화하고 한국을 직접 겨냥한 거친 핵 위협을 계속하는 데 대해, 한국이 정교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일각의 핵무장론을 비롯해 여러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한국이 지금 상황에서 핵 개발에 나선다면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과 그에 따른 제재 등으로 감당할 수 없는 대가를 치르게 되고 동북아 전체의 핵무장 도미노와 핵 경쟁을 가속화하게 된다는 문제점은 명백하다.
이런 민감한 상황에서 가장 정제된 메시지를 내놓아야 할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핵무장까지 거론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보수층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핵무장 여론을 염두에 둔 정치적 목적의 발언이라면 더욱 무책임하다. 윤 대통령이 최근 북한에 대해 “100배, 1000배로 때릴 수 있는 대량응징보복 능력”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 등 과도한 강경 발언으로 긴장을 고조시키고 안보 불안을 키우는 것과도 맞물려 있는 것은 아닌가. 정부는 우선 미국의 확장억제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현실적 방안을 최대한 정교화하는 데 집중하기 바란다. 미국도 한국의 안보 우려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말뿐이 아닌 실효성을 갖춘 확장억제 강화에 더욱 성의를 보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