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활동이 종료된 17일, 여야가 보고서 채택을 놓고 대랍하는 동안 의사당 밖에서는 유가족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혹시나’ 하는 기대는 ‘역시나’로 끝이 났다.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활동이 17일 모두 마무리됐다. 이번 국조는 장장 55일에 걸친 활동 기간에도 불구하고 진상규명은 물론 책임소재와 관련해서도 새로 밝혀낸 것이 거의 없다. 그런데도 여야는 마지막 날까지 결과보고서 채택을 둘러싸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이어갔다. 특히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지키기’에만 몰두해 국회를 찾은 유가족들을 다시금 눈물짓게 만들었다.
이번 국조는 두차례 현장조사와 기관보고, 세차례 청문회를 열었다. 지난 연말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간 대립 탓에 특위가 지각 출범을 했으나, 열흘간 기한 연장이 이뤄져 활동 기간이 짧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국조 이전에 비해 새로 밝혀낸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가족 명단’의 유무와 관련한 이 장관의 위증 여부, 윤희근 경찰청장 및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위증과 고발 여부 등 막판까지 계속된 여야의 쟁점은 역설적으로 ‘빈손 국조’의 원인과 실상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셀프 수사’의 한계를 걱정했던 경찰 수사도 결국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지난주 마무리됐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13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된 김 청장 등 23명을 검찰에 송치하고 수사를 끝냈다. 73일 동안, 무려 501명의 수사인력을 동원해 538명을 조사하고 14만여점의 압수물을 확보했다는데, 내놓은 결과는 초라하고 허망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4일 첫 압수수색 때 이 장관과 김 청장 집무실을 제외함으로써 윗선 수사 의지가 없음을 스스로 고백한 바 있다.
사건을 송치받아 실질적 재수사에 나선 검찰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경찰이 참사 원인과 관련해 “사고 이후 부정확한 상황 판단과 전파 지연, 유관기관 간 협조 부실과 구호조처 지연 등 기관들의 과실이 중첩되어 다수의 인명 피해를 초래했다”고 밝힌 대목도 수사를 통해 구체적인 책임 소재를 가려내야 할 것이다.
이날 국회를 찾은 유가족협의회 등은 기자회견을 열어 “미완의 국정조사에 이은 독립적 진상조사 방안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거듭 촉구했다. 국회 국정조사와 경찰 수사가 모두 수긍할 만한 결과를 내놓지 못한 데 대한 당연한 반응이다. 우리 사회와 정치권이 그들의 호소와 요구에 답해야 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