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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전운임제 폐지’ 나선 정부, 화주 이익만 대변할 셈인가

등록 2023-01-19 18:22수정 2023-01-20 02:09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 공청회에서 요구사항이 담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 공청회에서 요구사항이 담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18일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 공청회를 열어 화물노동자들이 지속 실시 및 확대를 요구해온 안전운임제를 강제성이 없는 표준운임제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화주(화물 주인)가 적정 운임을 지급하지 않더라도 처벌 방안이 없어, 사실상 안전운임제를 폐지하자는 거나 다름없다. ‘물류산업 발전 협의체’까지 꾸려 화물운송시장의 구조적 문제의 근본 해법을 찾겠다던 정부가 결국 내놓은 대책이 안전운임제 무력화라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의 핵심 쟁점이었던 안전운임제는 화물기사·운수사업자·화주·공익위원 등이 참여하는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위원회’에서 인건비와 유류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정한 운임을 정하는 제도다. 적정 운임 보장을 통해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줄여 교통안전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2020년 도입됐다. 화물운송시장의 최저임금으로 기능해왔으나, 3년 일몰 조항 탓에 지난해 말 효력이 정지됐다.

정부가 공청회에서 밝힌 표준운임제는 안전운임제의 ‘개편’이 아니라 ‘개악’임이 분명하다. 가장 큰 문제는 화주가 운수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안전운송운임’에 대해 강제성을 없앤 것이다. 안전운임제는 운수사가 화주한테서 ‘안전운송운임’을 받아 화물차주(화물기사)에게 ‘안전위탁운임’을 지급하는 구조인데, 기존 제도에서는 둘 다 강제성을 띠고 있었다. 안전운임에 못 미치는 운임을 지급하면 과태료를 부과했다. 화물운송시장 공급사슬에서 최정점에 있는 화주에게 적정 운임 지급을 강제해야 운수사가 화물기사에게 적정 운임을 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표준운임제는 화주의 책임인 ‘안전운송운임’에 대해선 가이드라인 형태로만 제시하겠다고 한다. 처벌 조항도 당연히 삭제된다. 그동안 물류비 부담을 이유로 줄기차게 안전운임제 폐지를 요구해온 화주단체들이 ‘자율적으로’ 적정 운임을 지급할 리는 만무하다.

정부는 공청회에서 ‘번호판 장사’를 하는 지입업체 퇴출 등의 대책도 내놨다. 시장구조 개선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시장구조 개선이 안전운임제 폐지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대기업 화주들이 이윤 극대화를 위해 부담을 운수사와 화물기사에게 떠넘기는 구조를 손보지 않는다면 화물운송시장의 정상화는 요원하다. 정부가 화주들의 이해만 대변할 생각이 아니라면 안전운임제 무력화 방안을 철회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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