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상남도선거관위원회가 경남 창녕군 창녕낙동강유채단지 안에 꾸민 대형 기표 모양 꽃밭. 한겨레 자료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 산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등록된 여론조사기관이 난립 양상을 보이고 있어 등록 요건 강화가 시급하다는 연구 결과가 24일 알려졌다. 여심위에 제출된 한국조사연구학회 연구 용역 보고서의 결론인데, 지난해 대선을 치르며 유권자들이 느꼈던 문제의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사기관이 어디냐에 따라 동일한 기간에 조사한 결과조차 제멋대로 들쭉날쭉해서는 선택에 도움이 될 리 없고, 유권자의 신뢰를 얻기도 어렵다.
선거 관련 여론조사는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라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추고 여심위에 등록한 기관만이 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해 말 기준 등록기관의 수가 무려 91곳으로 지나치게 많다. 판은 좁은데 생존 경쟁이 가열되다 보니 영세한 업체일수록 ‘조사 원가’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 저렴한 방식에 매달린다. 조사원이 직접 연락하는 전화면접보다 자동응답시스템(ARS)을, 통신사에서 구매한 ‘안심번호 조사’ 대신 인구 구성·분포와 무관한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을 압도적으로 많이 쓴다. 심지어 응답률이 10%에 훨씬 못 미치는 조사 결과도 버젓이 발표한다.
부작용은 표심의 왜곡으로 나타난다. 정치적 현상을 가능한 한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정치 고관여층’(적극적 응답층)의 의견을 과잉 수집하고선 민심이라고 강변하는 셈이다. “외견상으로만 선거 여론조사기관이고, 실질적으로는 영업 활동만 수행하는 경우가 다수”라거나 “부실·영세 기관의 존재는 조사 품질의 하락과 신뢰성 저하,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다”는 연구 보고서의 지적은 자못 심각하다. 그럼에도 지난해 등록 취소로 퇴출된 기관은 6곳에 불과한 반면 새로 등록한 기관은 그 배가 넘는 13곳이나 됐다. 여론조사의 중요성에 견주어 진입과 퇴출의 장벽이 낮고 허술하다는 뜻이다.
적잖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는 각종 선거에서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돼 있다. 이번 연구 보고서에서 분석 전문인력의 사회조사분석사 자격증 보유 의무화, 여론조사 시스템 최소 사양 구체화, 여론조사 실적·매출 기준 상향, 등록 취소 요건 및 여론조사 관련 범죄행위 처벌 강화 등을 제안한 것도 기왕 하는 여론조사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이자는 취지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여론조사의 혼탁상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제도적 보완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