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지난해 5월11일 오전 일본 외무성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일본 외교부가 ‘독도=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일 관계를 건전하게 되돌리고 발전시키기 위해 소통을 계속한다”고 또다시 언급했지만, 양국 관계를 자극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한 점의 변화도 있을 수 없다는 일본 정부의 기본적 태도가 확인된 셈이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지난 23일 국회 외교 분야 연설에서 “시마네현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 보거나 국제법에 비춰 보거나 일본 고유의 영토다. 의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못박으며, 2014년 당시 기시다 외무상 연설 이래 10년째 망언을 반복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니가타현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다시 한 데 대해선 “확실히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도광산의 경우 일본이 대상 기간을 16~19세기 중반으로 한정해 조선인 강제노동을 의도적으로 지웠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유네스코는 일본의 유산 관련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심사를 진행하지 않은 바 있다.
한국 외교부는 지난 20일과 23일 사도 유산 등재 방침, 하야시 외무상의 독도 발언과 관련해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항의했다. 하지만 지금 일본의 태도로 봐선 검정 교과서 발표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 상반기 줄줄이 예정된 민감한 양국 관계 현안에 대해서도 기존의 방침을 고수하는 것 이외에 한국이라는 파트너를 ‘고려’할 가능성은 낮다.
과거를 제대로 직시하지 않고 국내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는 일본 정권의 태도는 매우 유감이다. 우려스러운 건 한-일 관계 개선을 서두르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조급증’이 일본의 이런 태도를 부추기고 있는 건 아니냐는 점이다. 정부가 지난 12일 강제동원 해법 토론회에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한 ‘병존적 채무인수’ 방안을 공개한 이후 기시다 총리는 방미 기간 연설과 23일 국회 연설 등 두차례에 걸쳐 “가능한 한 신속한 현안 해결”을 언급하며 양국 관계를 ‘건전하게 되돌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 기업의 사죄나 배상 참여가 불투명해 피해자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독도나 사도광산 주장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일본 정부가 한국을 대등한 이웃국가로 보고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미래지향적 관계도 어렵게 될 것임을 양국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