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출입국 얼굴인식 인공지능 식별추적 헌법소원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국가인권위원회가 사생활 침해 등의 논란을 빚어온 ‘실시간 원격 얼굴인식 기술’에 대해 위험성 방지를 위한 입법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국가가 활용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을 이유로 무분별하게 진행돼온 생체정보 관련 기술 개발 및 활용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인권위의 의견을 존중해 정보인권 침해를 막기 위한 제도를 서둘러 마련하기 바란다.
인권위는 25일 “인공지능에 기반한 얼굴인식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개인을 식별·분류하는 데 이용되고 있으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집회 및 결사의 자유 등을 침해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이런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입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지난 12일 국회의장과 국무총리에게 표명했다고 밝혔다. 얼굴인식 기술의 남용을 막기 위해 엄격한 허용 기준을 두고, 도입 및 활용 시에는 개별적·구체적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민간 인공지능 업체들이 공공기관으로부터 시민들의 생체인식정보를 연구나 시범사업 등의 명목으로 손쉽게 넘겨받아 프로그램 개발 등 사적 이득을 누려왔다는 걸 생각하면 지극히 온당한 지적이다.
인권위는 특히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공공장소에서 ‘실시간 원격 얼굴인식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 위험성이 매우 크므로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시간 원격 얼굴인식 기술은 특정인의 얼굴 등 생체정보를 기존의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원거리에서 짧은 시간 안에 식별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인권위는 “실시간 원격 얼굴인식 기술의 인권 침해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한 법률이 마련되기 전까지 공공기관이 이 기술을 도입·활용하지 않도록 하는 조처(모라토리엄)를 수립·시행하라”고 국무총리에게 권고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도 2021년 충분한 보호 제도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공공장소에서 이 기술의 사용을 중지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법무부는 2019년부터 ‘인공지능 식별·추적시스템 구축 사업’을 벌이면서, 출입국 심사 과정에서 얻은 내·외국인의 얼굴, 국적, 나이 등의 개인정보를 민간 업체에 넘겨 논란이 일었다. 경찰청과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유사한 사업이 진행됐다. 정보 주체의 동의도 없었다는 점에서 정보인권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 인권위가 제안한 대로, 얼굴인식 기술 도입 시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