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31일 국방부 청사에서 회담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미국이 31일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한반도에 전략무기 전개를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한·미 국방장관은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를 위해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확장억제 운용에 한국의 의사가 반영될 구조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회담한 뒤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스텔스 기능을 지닌 5세대 전투기 F-22와 F-35, 로널드 레이건 항모의 지난해 한반도 전개를 언급하며 “앞으로 이런 것을 좀 더 많이 할 것이고, 양국 정부 간에 협의를 심화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고위 안보정책 책임자가 이런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것은 이례적이다. 대북 경고 메시지인 동시에 한국에서 나오는 확장억제 약속에 대한 의구심과 ‘자체 핵무장론’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빠른 시기에 한·미·일 안보회의(DTT)를 개최하기로 하는 등 3국 안보협력 또한 급속도로 진행되는 모양새다.
최종현학술원이 지난 3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 핵 억지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는지에 대해 “그렇다”(51.3%)와 “그렇지 않다”(48.7%)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또 응답자 가운데 76.6%가 “한국의 독자적 핵 개발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독자 핵 개발’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에도 한국인들이 느끼는 안보 불안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국방장관이 제시한 확장억제 강화 방안은 정보 공유 범위 확대, 한-미 맞춤형억제전략(TDS) 개정, 확장억제 수단 운용연습(DSC TTX) 실시, 한-미 연합연습 강화 등 기존에 언급되던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오스틴 장관에게 “한-미 연합연습의 실전적 시행”을 강조했는데 긴장을 과도하게 고조시킬 우려도 있어 보인다. 미국의 확장억제 운용 과정에서 한국의 참여와 발언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꾸준히 진전시켜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2월1~4일로 예정된 박진 외교부 장관의 방미는 상반기 중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와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사전 작업 성격도 있어 보인다. 미국은 한·미·일 3각 안보협력,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 반도체 등 첨단기술 공급망 재편 등에 대한 적극적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대통령 방미’라는 외형적 성과에 매달려 북핵 문제 등 한국의 시급한 현안과 경제·첨단기술 사안 등에 대해 우리의 전략과 원칙을 관철하는 데 소홀함이 있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