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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통령실 노골적 개입, 여당 전당대회 ‘무용론’ 나올 판

등록 2023-02-03 18:47수정 2023-02-03 18:50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통령실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윤심 대표’ 배출을 위해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은 지난 2일 안철수 의원 경선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김영우 전 의원을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에서 해촉하더니, 아예 일부 언론을 통해 “안 의원은 윤심이 아니다”라는 메시지까지 내놨다. 대통령실이 전당대회 전면에 등장한 셈인데, 정당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부적절한 행태다.

최근 친윤계의 집중포화 대상이 된 안철수 의원은 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당원들께서도 최근 당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집단적인 이전투구에 대해 정말 해도 너무한다는 말씀을 하고 계신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 ‘주저앉히기’에 성공한 친윤계는 이제 안 의원에게 ‘반윤’ 딱지를 붙여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이철규 의원은 “스스로 반윤 행태를 보이면서 당심을 사기 위해 ‘윤안 연대’니 ‘김장균열’이니 하는 것은 당원들을 기망하는 행위”라고 했고, 박수영 의원은 안 의원을 ‘공직을 가벼이 여기는 사람’이라는 취지로 맹비난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통령실의 노골적인 개입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당대표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던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하며 반감을 숨기지 않았고, 결국 이는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이어졌다. 앞서 유승민 전 대표를 배제하기 위한 ‘당원투표 100%’ 룰 개정도 윤 대통령의 의중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날 안 의원의 측근인 김영우 전 의원을 국민통합위원직에서 급작스레 ‘퇴출’한 것 역시 이런 맥락이 아니고는 이해하기 어렵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직속 기구의 위원이 특정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이유를 대고 있지만, ‘윤심’은 안 후보에게 있지 않다고 쐐기를 박은 것으로 봐야 한다. 이럴 거면 뭐 하러 시간과 인력, 비용을 들여 전당대회를 여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이 당대표를 지명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국민의힘은 이날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등록을 마감했다. 하지만 당원들의 축제이자 집권당의 비전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할 여당 전당대회는 이미 ‘윤심팔이’ 논란으로 얼룩지고 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 초반(한국갤럽 기준)에서 횡보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의 막무가내식 당무 개입은 결국 민심의 외면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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