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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중산층까지 난방비 지원, 에너지 정책 꼬이게 만든다

등록 2023-02-06 18:16수정 2023-02-07 02:39

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전기 계량기가 나란히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전기 계량기가 나란히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중산층 서민의 난방비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뒤, 정부와 여당이 중산층 난방비 지원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한다. 정부는 에너지 취약계층에게는 겨울철 에너지바우처 단가를 갑절로 올렸고, 차상위계층에겐 가스요금 할인폭을 크게 늘렸다. 여기에 더해 중산층까지 지원 대상을 넓힌다는 것인데, 재정만 축내고 부작용은 클 것으로 우려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6일 약 7조2천억원의 ‘에너지 고물가 지원금’을 국민 80%를 대상으로 지급하자고 제안했을 때 국민의힘은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했지만 대통령의 지시가 나오자 그런 언급은 쑥 들어갔다. 지급을 마다할 사람이야 거의 없겠지만, 현 국면에서 합리적인 처방이 되기 어렵다. 이미 정부는 휘발유 유류세 인하폭을 올 들어 줄여 리터당 99원 올렸다. 전기요금과 도시가스 요금도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그런 상황에서 한시적인 난방비 지원은 정부 에너지 정책을 뒤죽박죽으로 만들 수 있다.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은 우리 경제에 실로 엄청난 부담이다. 지난해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이 전년 대비 784억달러나 늘었다. 가계와 기업 등의 부담을 줄이려고, 정부는 유류세를 낮춰 석유제품 가격 인상 요인을 흡수했다. 세수를 11조원가량 포기했다. 한국전력은 전기요금 인상 속도를 늦추며 30조원 규모의 적자를 떠안았다. 한국가스공사는 도시가스 도매요금 인상을 늦춰 미수금이 6조6천억원 늘었다. 그 덕에 가계를 비롯한 소비자들의 충격은 줄었지만, 정부와 공공부문이 계속 그 부담을 떠안고 가기는 어렵다. 정부가 올해 중 전기·가스 요금을 추가 인상할 계획이라면 재정을 동원한 한시적 난방비 지원은 ‘조삼모사’가 될 뿐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기에 취약계층 지원을 늘리면서 국내 가격을 조금씩 현실화하는 것은 소비 절감 유도 필요성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석유공사 집계를 보면, 지난해 국내 석유제품 소비량은 전년 대비 1% 늘었다. 전년의 7% 증가에서 증가폭이 둔화되긴 했지만, 휘발유 소비량은 4.1%나 늘어났다. 한국전력의 1~11월 전력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3% 늘었다. 국제가격 급등에 견줘 소비 절감이 그다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충격을 줄이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지만, 가격의 신호 기능도 작동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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