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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케이티 대표 후보 한달만에 백지화, 정권 ‘낙하산’ 악용해선 안돼

등록 2023-02-10 18:17수정 2023-02-10 18:36

구현모 케이티(KT) 대표이사가 지난해 8월 열린 ‘민영화 20주년 기념 행사’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케이티 제공
구현모 케이티(KT) 대표이사가 지난해 8월 열린 ‘민영화 20주년 기념 행사’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케이티 제공

케이티(KT)가 구현모 대표이사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한 결정을 백지화하고, 대표 선임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차기 대표 후보를 확정한 지 한달여가 지난 뒤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구 대표 연임에 반대 의사를 밝힌데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조한 발언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애초 구 대표의 선임 절차에 일부 불투명성이 있었지만, 이를 기화로 정권이 인사에 개입해 낙하산을 앉히는 일을 벌여서는 안 될 것이다.

케이티 이사회는 9일 “수차례 심도 있는 논의 끝에 공개경쟁 방식의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재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케이티는 공정한 심사를 위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는 인선 자문단 운영을 통해 사내·외 후보를 검증할 방침이며, 사내 이사진은 심사 과정에 참여하지 않는다. 케이티의 이번 결정 번복은 이사회와 구 대표가 자초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구 대표의 연임 자격을 심사해 적격으로 판단하고도 ‘셀프 연임’ 비판이 일자 다시 경선 절차를 거쳤다. 그러나 후보자 공모는 어떤 방식으로 했고, 경선 경쟁자는 누구였는지 등도 공개되지 않아 또다시 논란이 일었다. 구 대표는 임원 재직 시절 회삿돈을 유용해 국회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국민연금이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경선의 형식만 급히 갖춘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표 선임 절차를 세차례나 해야 하는 비정상적 상황이 됐다. 이번에는 이사회가 약속한 대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절차를 진행하기를 바란다.

정부의 인사 개입 가능성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과거에는 정부 투자기업 내지는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소위 스튜어드십이라는 것이 작동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은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고객 자산을 충실하게 관리하도록 하는 지침을 말한다. 지당한 말씀이긴 한데 정권이 낙하산을 앉히려고 투명성 제고 주장을 하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유념하기 바란다. 2002년 민영화된 케이티는 정권 교체기에 최고경영자가 검찰 수사를 받고 퇴임하는 등 여러차례 수난을 겪었는데, 이런 흑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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