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왼쪽). 연합뉴스
법원이 10일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돼온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1심 선고 공판에서 관련자 대부분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특히 검찰이 공소시효를 피하기 위해 적용한 ‘포괄일죄’를 법원이 일부 인정함에 따라 김 여사에 대해서도 사법적 책임을 따져볼 수 있게 됐다. 관련자들의 주가 조작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만큼, 검찰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김 여사 연루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이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주가 조작 선수’로 범행에 가담한 김아무개씨와 증권사 직원 등에게도 징역형이 선고됐다. 쟁점이 됐던 공소시효와 관련해, 재판부는 2010년 10월 이후의 주가 조작 행위는 ‘포괄일죄’(서로 다른 시점의 여러 범죄 행위를 하나로 묶어 처벌)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주가 조작 범죄의 원래 공소시효(10년)를 적용하면 2011년 10월 이전의 일에 대해서는 죄를 물을 수 없는데, 포괄일죄가 인정됨에 따라 공소시효가 1년 늘어나게 된 것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은 2009년 12월 시작돼 2012년 12월 끝났는데, 그동안 김 여사 쪽은 2010년 5월 이후로는 이 사건의 또 다른 ‘주가 조작 선수’ 이아무개씨와 관계를 끊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그 이후로도 김 여사 명의의 증권계좌가 주가 조작에 활용된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2011년 1월 작성된 ‘김건희 파일’이 법정에서 공개됐는데, 이 파일에는 김 여사 명의 증권계좌의 인출액과 잔액 등이 적혀 있었다.
이 사건은 애초 김 여사가 주가 조작에 돈을 대는 ‘전주’ 노릇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2020년 4월 김 여사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됐지만 검찰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뒤인 2021년 7월에야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검찰총장 부인이 연루된 사건이어서 일부러 뭉갠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공소시효라는 걸림돌이 제거된 만큼, 이제 남은 일은 김 여사와 권 전 회장 등과의 공모관계 여부를 밝히는 것이다. 관건은 검찰의 수사 의지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 여사를 단 한차례도 조사하지 않아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권력 앞에서 한없이 나약한 검찰 모습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