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 정류장에 카카오T 블루 택시가 콜을 받아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택시 호출 앱 카카오티(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해 가맹택시(카카오T블루) 기사들에게 승객 호출을 몰아줬다고 1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밝혔다. 이를 통해 가맹택시 수를 늘렸고, 승객들은 먼 곳의 택시를 배차받는 등 불편을 겪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시장지배력 남용이라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75억원을 부과했다.
카카오 쪽이 행정소송을 낼 뜻을 내비치고 있어 처분의 적합성은 법원 판결을 거쳐야 확정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이번 공정위 조사 결과는 그동안 이 사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정부기관이 내린 첫 판정인 만큼 사실관계는 확인했다고 볼 수 있다. 2020년 1월 택시 사업자단체의 신고로 공정위가 조사에 들어가자, 카카오 쪽은 지난해 9월 대한교통학회의 추천을 받은 인사들로 투명성위원회를 구성해 “배차 알고리즘에 차별 요소는 없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공정위 조사 결과를 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 서비스를 시작한 2019년 3월20일부터 2020년 4월 중순까지 호출 승객에게 비가맹택시보다 더 먼 곳에 있는 가맹택시를 배차했다. 그 뒤에는 호출 수락률이 기준치를 넘는 택시기사가 더 많이 배차를 받게 해, 인공지능(AI) 추천으로 한 건씩 호출을 받는 가맹택시 기사에게 유리하게 했다. 이후 호출 수락률 기준치를 높여 가맹택시 우대 조처를 강화했다.
공정위는 60일 안에 일반 호출 알고리즘에서 차별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수락률에 기반해 배차를 하는 경우 수락률을 공정하게 산정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미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호출 시장을 거의 장악해, 이번 조처가 얼마나 현재 상태를 개선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점유율은 2019년 14.2%에서 2021년 73.7%로 올랐고, 지난 1월 일반 호출 중개 건수 점유율은 95%에 육박한다.
앞서 공정위는 2020년 6월 네이버가 자사 쇼핑몰 플랫폼인 스마트스토어에 유리하도록 쇼핑 검색 알고리즘을 조정했다며, 267억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공정위가 플랫폼 독점 폐해에 대한 제재를 늘려가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문제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이미 시장을 장악한 뒤에 내리는 제재의 효과가 의문스럽다는 점이다. 급변하는 산업 특성을 고려하면 공정거래 질서를 세우기 위한 법규를 서둘러 만들어야 할 텐데, 정부가 업계 ‘자율 규제’ 방침을 고수하고 있으니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