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야당 주도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거론한 것은 양곡관리법, 김건희 특검법에 이어 벌써 세번째다. 여야가 대화와 타협으로 해법을 찾기보다 거부권을 두고 더욱 극단적인 충돌로 빨려들어갈까 걱정스럽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이 법(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위헌일 뿐만 아니라 경제에 심대한 폐단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수많은 노동자를 극한으로 내몬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자는 법안을 위헌으로 몰고 가는 것은 부당하다. 국민의힘과 재계는 불법 쟁의가 늘어 재산권·경영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이는 입법과 시행령을 통해 노조의 폭력·파괴와 기업의 부당 노동 행위를 제어하는 등의 해법을 마련해야 할 일이다. 입법을 반대하고 지연시킨 것으로도 모자라 거부권 행사까지 겁박해서야 정치 포기라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앞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의 김건희 특검법 추진에 대해,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게 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설령 본회의 통과를 막기 위한 협상용이라고 해도, 집권여당이 최종적 수단인 대통령 거부권을 너무 쉽게 꺼내 드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 거부권은 국회 입법권에 대한 행정부의 예외적 견제 장치에 해당한다. 조자룡 헌 칼 쓰듯 휘두를 게 아니다. 거부권 행사는 역으로 한층 극렬한 여야 대치와 정치 실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제헌 이후 역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66건에 그친 이유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더구나 여당이 앞장서서 건건이 거부권 카드를 꺼내 드는 건 스스로 국회 권능을 저버리고 행정부에 대한 종속성을 강화할 뿐이다. 여당도 행정부 견제의 책무를 지닌 국회의 일원이라는 점을 망각해선 안 된다. 다수 야당 또한 끝까지 대화와 타협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여야 모두 단독 처리와 거부권 건의로 치고받는 대신 협상하고 때로 주고받는 타협과 윈윈, 승복의 정치를 복원하는 노력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