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오는 25일이면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중단한 지 100일이 된다. 지난해 11월 <문화방송>(MBC) 기자와 대통령실의 충돌로 잠정 중단을 선언한 이후, 재개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0일간 쌍방향 소통 대신 독백 수준의 일방적 메시지만 발신해왔다. 언론의 질문 기회는 차단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내는 모습이다.
출근길 문답이 이뤄지던 용산 대통령실 1층 로비에는 현재 기자들의 접근을 막는 목재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대통령실은 올 들어 그 앞을 대형 화분과 인조 넝쿨식물 등으로 채워 차단 의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출근길 문답을 “제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았지만, 비판 언론과의 갈등을 핑계로 ‘재발 방지책’만 촉구할 뿐 재개 방침은 내놓지 않고 있다. 언론과의 접점도 사라졌다. 역대 대통령의 연례행사인 신년 기자회견마저 생략해버렸고, 외교 성과를 설명하는 순방길 기자회견과 간담회 역시 지난해 11월 이후 한차례도 열지 않았다.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과 구상 등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모두 사라진 셈이다.
남은 것은 윤 대통령의 일방적인 발언뿐이다. 새해 기자회견을 대신한다던 각 부처 업무보고는 윤 대통령의 20~30분에 이르는 장황한 연설로 마무리됐다. 신년사는 참모들만 배석한 가운데 9분20초간 읽어내려간 것이 다였다. 대통령실은 출근길 문답을 중단할 당시 “더 깊이 있게, 더 밀도 있게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채널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 훈화’를 소통으로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대통령실은 최근 1층 출입구와 로비를 외빈을 위한 공간으로 리모델링할 계획을 세웠다가 윤 대통령의 지시로 초안을 백지화했다. 1층 기자실과 브리핑룸 사이 공간을 일부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윤 대통령이 지난 21일 불시에 방문한 뒤 ‘기자들의 통로는 방해하지 말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윤 대통령이 당장 살펴야 하는 것은 기자들의 보행 통로가 아니라, 국민을 대신해 질문하는 언론과의 소통 방안이다. “언론과의 소통이 국민과의 소통” “질문받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다짐은 윤 대통령 스스로 국민들 앞에서 한 약속이다. 출근길 문답 재개를 포함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시급히 제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