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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피해자를 걸림돌 취급하고 “세계 평화”, 말이 되는가

등록 2023-03-08 18:21수정 2023-03-09 02:40

제1586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려, 참가자들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 ‘강제동원 셀프배상’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제1586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려, 참가자들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 ‘강제동원 셀프배상’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8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586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렸다. 이날 집회는 지난 6일 외교부가 발표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안을 규탄하는 자리가 됐다. 피해자들에게 동의도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제3자 변제’ 방식을 강요하는 것은 명백한 ‘2차 가해’다. 윤석열 정부는 이제라도 일본 쪽의 사과와 배상을 받아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피해자의 인권과 존엄을 무시한 굴욕적인 강제동원 ‘해법’을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7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긴급 시국선언’에서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인 양금덕·김성주 할머니도 배상안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금덕 할머니는 “지금같이 억울한 건 이참이 처음”이라며 “그런 더러운 돈은 굶어 죽어도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법적 투쟁을 해온 94살 두 노인의 절규는 그들이 윤석열 정부로부터 받은 모욕감의 크기와 깊이를 짐작조차 할 수 없게 한다.

같은 날 윤 대통령은 배상안에 대해 “그동안 정부가 피해자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한·일 양국의 공동 이익과 미래 발전에 부합하는 방안을 모색해본 결과”라고 말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그대로 드러난다. 일본 쪽의 ‘사과’와 ‘배상’ 참여조차 없는 제3자 변제 방식을 피해자 입장 존중이라 주장하는 건 피해자들의 싸움을 오로지 돈 요구로 간주했다는 뜻이다. 또 피해자들을 자신의 외교 전략 앞에 놓인 걸림돌로 여기고 있는 것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윤 대통령은 “한-일 간의 미래지향적 협력은 한·일 양국은 물론이거니와 세계 전체의 자유, 평화, 번영을 지켜줄 것이 분명하다”고도 했다. 설령 윤 대통령이 언급한 대의명제를 인정하더라도, 제국주의 폭력 피해자의 인권과 존엄은 물론 피해 사실마저 외면하고 어떻게 ‘자유, 평화, 번영’을 지키겠단 말인가. 국가인권위원회가 7일 성명을 내어 “일본 기업과 정부가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피해자와 가족에게 사과하는 것은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 설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한 것도 그 때문이다.

2015년 위안부 ‘해법’과 2023년 강제동원 ‘해법’은 피해자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했다는 점에서 뿌리가 같다. 피해자를 지우고서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는 걸 우린 또 얼마나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워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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