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축사를 마친 뒤 퇴장하며 김기현 당대표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윤심’을 등에 업은 김기현 후보가 새 대표에 당선됐다. 지난 대선에서 집권한 지 1년 만에 내년 총선을 이끌 여당의 얼굴로 자타공인 윤심 후보가 선출된 것이다. 함께 지도부를 구성할 최고위원도 친윤 일색으로 뽑혔다. 가뜩이나 제구실을 못해온 집권 여당이 대통령실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할 우려가 더 커졌다.
김 신임 대표는 당선 발표 뒤 수락연설에서 “당원 동지 여러분과 한 몸이 돼서 민생을 살려내고, 내년 총선 승리를 반드시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서 진행된 전대 과정을 되짚어보면, 이런 다짐이 절로 무색해진다. 집권 여당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비전과 정책 경쟁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민생 대책을 놓고 진지한 토론이 오간 적도 없다.
대신 처음부터 끝까지 대통령실의 경선 개입 논란이 전대를 흔들었다. 대통령실은 저출산 정책 관련 발언을 문제삼아 나경원 전 의원을 주저앉히고, 안철수 후보가 뜨자 “국정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이라는 경고로 지지세를 꺾었다. 막판에는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특정 후보를 지지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애초 미미한 지지율로 출발한 김기현 후보의 당선을 위해 대통령실이 물불 안 가리고 총력전을 편 것이다. 오죽하면 ‘윤심 전대’라는 평까지 나왔겠나.
이는 곧바로 김 대표의 짐이자 과제이기도 하다. 대통령과 ‘윤핵관’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당선된 그가 당정 관계에서 제 목소리를 내겠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더욱이 최고위원도 친윤으로 채워진 상황이다. 집권 여당은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해야 하지만, 대통령의 뜻을 무작정 추종하는 거수기 노릇만 해서는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대통령실은 “오늘 전당대회를 통해 당이 나라를 바꾸고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도록 함께 힘을 합치자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라며 ‘당정 일체’를 주문하는 입장을 냈는데, ‘건강한 당정 관계’는 김 대표의 판단과 선택에 달렸다. 특히 민생 대책을 비롯한 각종 정책 분야에서 집권 여당의 책임은 말할 수 없이 크다.
김 대표는 야당과 협치라는 과제 또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윤 대통령 집권 이후 여야 관계는 영수회담 한번 없이 극한 대결로만 점철돼왔다. “내일이라도 당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겠다”는 김 대표의 취임 일성이 의례적 인사말이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