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월2일 기준금리를 연 4.75%로 0.25%포인트 올렸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2월23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 3.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경기가 나빠지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상승률도 크게 둔화될 것이란 전망에 따라 한·미 간 금리 차가 1.25%포인트로 벌어진 것을 감수한 결정이었다. 그런데, 미국 연준은 금리를 더 큰 폭으로 올리겠다는 신호를 계속 내보내고 있다. 이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등 외환시장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경기나 가계의 어려운 처지를 고려하면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은 달갑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경제 안정을 위해 불가피할 수도 있다. 한국은행이 그럴 수 있다는 신호를 강하게 내보내야 할 때다.
연초만 해도 미국 채권시장에선 연준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내리는 쪽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는 기대가 퍼졌다. 물가상승률이 둔화된 것이 계기였다. 그러나 연준은 시장의 기대가 지나치다고 계속 경고해왔다. 제롬 파월 의장은 7일(현지시각)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최근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최종적 금리 수준이 이전 전망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더 빠른 긴축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금리 인상의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21∼2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린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그룹이 연방기금 선물 가격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의 전망을 산출(Fed Watch)한 것을 보면 투자자들은 연준이 5월과 6월 회의에서도 0.25%포인트씩 추가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현재 1.25%포인트인 한·미 간 금리 차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미국 연준만 올릴 경우 이달 하순 1.75%포인트에 이르고, 5월에는 2%포인트로 커진다.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해도 한·미 간 금리 차 확대는 외환시장을 불안정하게 한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전해진 8일 원-달러 환율은 22원이나 치솟았다. 2월 초 1220원대까지 떨어졌던 환율이 지금은 1322원대다. 자본시장을 개방하고 있는 이상, 환율과 금리 모두를 우리 뜻대로 할 수는 없다. 한국은행은 4월11일로 예정된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다시 올릴 수 있음을 더 적극적으로 내비쳐야 한다. 시장이 예상해야, 충격이 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