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도착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직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고 검찰 공소장에 기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수남 전 총장은 김씨가 고위 법조인들에게 거액의 보은성 금품을 건넸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검찰이 손을 놓고 있는 ‘50억 클럽’ 수사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거듭 확인해주는 새로운 정황이다.
최근 대장동 사업 수익금 은닉 혐의로 추가 기소된 김만배씨 공소장에는 2021년 9월 김씨가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김 전 총장을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 전 총장은 검찰 출신 ㄱ변호사를 소개해줬다고 한다. 이후 구속된 김씨가 추가 구속에 대비해 ㄱ변호사를 통해 ‘김 전 총장이 나서달라’고 부탁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검찰 공소장 내용이 모두 사실과 부합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더라도, 김만배씨와 김 전 총장의 예사롭지 않은 관계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정황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앞서 검찰에 제출된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에는 2012년 최윤길 성남시의회 의장이 대장동 업자들한테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내사를 받던 당시 김씨가 수원지검장이던 김 전 총장을 만나 사건 무마를 청탁했다는 대화 내용도 들어 있다.
이 밖에도 대장동 업자들이 사업 고비마다 ‘50억 클럽’ 등장인물들한테서 도움받은 정황은 한둘이 아니다. 2011년 저축은행 부실 대출 수사 때 대장동 초기 사업 종잣돈을 부산저축은행에서 불법 대출받은 사건을 검찰이 봐줬고, 이 과정에서 박영수 전 특검이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아직은 김만배씨의 주장에 불과하다고 해도 박 전 특검의 딸이 화천대유에 근무하며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실 등에 비춰보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김씨가 하나은행 등 금융사들을 대장동 사업 컨소시엄에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박근혜 정권 비선실세였던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의 도움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녹취도 보도됐다.
이처럼 의혹은 차곡차곡 쌓여가는데 검찰은 여전히 꼼짝도 않고 있다. ‘50억 클럽’ 인물 중 유일하게 기소됐던 곽상도 전 의원이 지난달 뇌물 혐의에 무죄를 선고받은 뒤 시민들의 공분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검찰 부실 수사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그런데도 검찰이 나 몰라라 한다면 특검을 서두르는 길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