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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여전히 남은 ‘미 반도체 족쇄’, 한국 더 적극 대응해야

등록 2023-03-22 18:13수정 2023-03-23 02:10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지난해 9월 백악관에서 반도체 정책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지난해 9월 백악관에서 반도체 정책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에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짓는 한국 기업들이 미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 10년 동안 중국 공장의 생산 능력 확대를 5% 이내로 제한해야 하는 조항이 공개됐다. 중국 공장 업그레이드가 아예 금지될 수 있다는 애초 우려보다는 완화된 내용이지만, 미국발 ‘반도체 족쇄’ 조항들은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미 상무부가 21일(현지시각) 반도체 보조금 ‘가드레일’ 세부 조항을 공개했는데, 중국 내 첨단 반도체 공장은 5% 이내 범위에서 생산 능력을 확대할 수 있으며 기술 개발을 통해 한개의 웨이퍼(반도체 제조용 실리콘판)에서 더 많은 반도체 칩을 만드는 건 문제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애초 미국이 제정한 ‘반도체와 과학법’은 미 정부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10년간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 능력의 ‘실질적 확장’은 할 수 없다고 했는데, 세부 규정에서 규제를 일부 완화한 것이다. 중국에서 대규모 첨단 반도체 생산 시설을 운영하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로선 일단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리스크가 사라진 건 결코 아니다. 미 정부가 지난달 공개한 ‘족쇄 조항’들은 여전하다. 보조금을 받는 조건으로 과도한 정보를 요구하기 때문에 한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과 영업 기밀이 유출될 수 있고,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내면 보조금 일부를 반환해야 하는 조항도 있다. 한국 기업들이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와 관련해 미 정부로부터 1년간 한시적 포괄 허가를 받은 상태지만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높다.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안보적으로는 동맹을 강조하지만, 경제 분야에선 미 우선주의와 보호주의를 노골적으로 내세우며 동맹에 피해를 강요한다는 인식이 확산돼왔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한국산 전기차가 차별을 당한 데 이어, 대중국 반도체 규제를 통해 미국 반도체 산업 부활을 우선시하면서 결국 한국이 첨단 반도체 기술을 빼앗기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미국도 이런 반발을 고려해 한발 물러선 듯 보이지만, 기본 정책이 달라진 건 전혀 아니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가드레일 완화’에 만족할 게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협상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또 한·미 안보를 이유로, 반도체 문제까지 미국 하자는 대로 하고, 나중에 ‘선의’를 기대하는 식으로 나서선 절대 안 된다. ‘대통령 환대’를 ‘나라의 미래’와 바꾸는 우를 재연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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