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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양곡관리법, 거부권 거론 앞서 ‘무관심·무대책’부터 반성해야

등록 2023-03-24 18:10수정 2023-03-24 18:42

지난해 9월21일 충남 예산군 고덕면 한 논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 관계자들이 정부에 쌀값 안정화 대책을 요구하며 수확을 앞둔 벼를 트랙터로 갈아엎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21일 충남 예산군 고덕면 한 논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 관계자들이 정부에 쌀값 안정화 대책을 요구하며 수확을 앞둔 벼를 트랙터로 갈아엎고 있다. 연합뉴스

쌀 초과생산량이 3~5%를 넘어 쌀값 하락이 우려되는 경우, 쌀값이 평년보다 5~8% 이상 하락한 경우 정부가 수확기에 쌀을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 가결됐다. 정의당은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그동안 ‘법안이 가결될 경우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날 대통령실은 “개정안이 정부에 이송되면, 각계의 우려를 포함한 의견을 경청하고 충분히 숙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야당이 통과시킨 법안이 완벽한 해법을 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거론하기에 앞서, 그동안 쌀값 문제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대책 마련에 노력해왔는지 반성부터 해야 한다.

법 개정은 지난해 쌀값 폭락을 계기로 논의가 본격화됐다. 쌀 재고가 많이 쌓인 가운데, 햅쌀 생산도 수요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난해 9월15일 산지 쌀값(일반계 20㎏)이 3만9010원까지 떨어졌다. 1년 전의 5만3881원에 견줘 27.6%나 폭락한 것이다. 열흘 뒤인 9월25일,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인 45만t의 쌀을 시장 격리하는 대책을 발표하고서야 쌀값은 반등해 한달 뒤 4만5875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 뒤로는 완만한 내림세다. 올해 3월15일 산지 쌀값은 4만4797원으로 1년 전에 견줘 7.6% 낮고, 2년 전(5만4880원)에 견주면 18.4%나 낮다.

쌀 소비가 계속 줄고 있으므로 벼 재배 면적을 줄이도록 유도하고, 가격 변동폭이 클 때는 정부가 적기에 개입하는 것을 제도화해야 벼농사 기반이 위태로워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가격 떠받치기에 무게를 두고 있어, 쌀 생산을 줄일 수 있을지엔 물음표가 붙는다. 물론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논에 벼 아닌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농민에게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을 담고, ‘벼 재배 면적이 증가한 지방자치단체에는 벼 매입 물량 감축 등의 조처를 할 수 있게’ 한 조항도 담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벼 재배 면적 관리 의지가 없으면, 쌀 재고를 많이 쌓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회에서 법안이 논의되는 동안 정부와 여당은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지 않았다. 국회의장의 두 차례 중재안도 모두 거부했다. 그래 놓고,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만 되뇐다. 이는 쌀값이 떨어지길 바라고 농민들이 벼 재배 면적을 알아서 줄이라는 뜻으로 볼 수밖에 없다. 아무 대안 없이 거부권만 고집하는 것은, 수입 쌀 때문에 벼농사를 지으며 고통받는 농민을 외면하는 오만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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