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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또 ‘진료 거부’ 선언한 의사협회, 국민 건강이 그리 가볍나 [사설]

등록 2023-04-09 19:21수정 2023-04-10 16:15

간호법 강행 처리에 반대하며 삭발하는 의사들. 연합뉴스
간호법 강행 처리에 반대하며 삭발하는 의사들.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지난 8일 결의했다. 간호법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넓히고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의료법 개정안(일명 ‘의사면허취소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두 법안의 내용이, 의사들이 자신의 본분인 환자 진료를 집단적으로 거부할 만큼 부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간호법은 의료법에 규정된 간호사의 업무인 간호와 진료 보조 활동을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갈수록 수요가 늘고 있는 ‘병원 밖 간호·돌봄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하려면 간호사의 업무 공간을 집이나 복지시설 등 ‘의료기관 바깥’으로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2021년 제정 법안이 발의됐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법 제정을 약속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여야 합의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지만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제사법위원회에 묶여 있다가 올해 2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의협은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가 별도 직역으로 분리돼 의료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간호법 체제에서도 여전히 간호사들이 의사의 지도 아래 진료 보조 업무를 한다는 점에서 이는 억지에 가깝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여러 나라에도 간호사 관련 법이 제정돼 있다. 방사선사 등 12개 보건의료 관련 직역단체들도 간호사들에 의한 업무 영역 침해 가능성을 우려하며 의협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의료법 개정안은 성폭력 등 강력범죄를 저지르고도 버젓이 진료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2021년 2월 여야 합의로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했다. 범죄자로부터 환자를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상식적인 일이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변리사 등 다른 전문직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자격이 박탈되거나 일정 기간 정지된다.

의협은 그동안 의약분업, 의사 증원 등 의사들의 이해관계에 어긋나는 정책이 추진되면 번번이 병원 문을 닫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행태를 반복해왔다. 2021년 ‘의사면허취소법’이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하자 ‘코로나19 백신 접종 협력 중단’까지 언급해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의협이 이번에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 삼는다면 그 존재 이유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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