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IMF/WB) 춘계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11일(현지시각) 뉴욕에서 동행기자단과 오찬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1일(현지시각)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우리 경제가 올해 1.5%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월에 전망한 1.7%보다 0.2%포인트 낮춘 것이다. 1.5%는 경제 예측에 높은 전문성을 가진 한국은행(1.6%), 한국개발연구원(1.8%) 등 국내 기관의 성장률 전망치보다 낮다. 국제통화기금은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도 2.6%에서 2.4%로 낮췄다. 앞으로 더 낮출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1990년 이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를 밑돈 것은 세차례 있었다.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5.1%),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 코로나 위기 때인 2020년(-0.7%)이다. 그런 위기 국면이 아닌데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크게 밑도는 1.5%에 그치는 상황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수출 주력 산업인 반도체 경기가 나쁜 탓이 크지만, 세계 교역의 위축, 중국의 성장 둔화, 중국 제조업과 경쟁력 격차 축소 등 수출 비중이 큰 우리 경제의 앞날을 낙관하기 어렵게 하는 요소가 즐비하다. 기업 감세 같은 별 효과 없는 단방약이 아니라, 이른바 ‘축적의 시간’을 요하는 기술 경쟁력 강화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
정부의 경제 운용은 성장률 수치보다 상황에 맞게 최적의 대응을 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현재 정부의 경제 운용은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게 한다.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국면에서 자꾸 뒤통수를 맞는 경제외교, 기금 600억원으로 관광을 활성화하겠다는 게 뼈대인 말뿐인 내수진작책, 전기·가스 요금조차 제때 결정하지 못하는 우왕좌왕 에너지정책 등은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도리어 위축시키고 있다. 올해 경기 후퇴가 예고돼 있음에도 대규모 부자 감세로 재정의 대응 능력을 크게 약화시킨 것도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일이었다.
정부는 고물가·고금리 국면에서 경기 후퇴의 타격까지 입는 민생을 돌보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3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 수는 괜찮아 보이지만, 제조업을 중심으로 30대 남성 고용이 급감하고 음식점·숙박업과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위주로 30대 여성 고용이 급증하는 등 경기 둔화 영향이 뚜렷하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발이 묶여 있다. 민생을 지원하고, 내수 침체와 성장 잠재력 훼손을 줄이는 쪽으로 재정의 대응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