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국회에서 국민의힘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단체로 쓴소리를 쏟아냈다. 12일 김기현 대표 등 당 지도부와 마주 앉은 연석회의에서다. 최근 당 지도부의 망언이 잇따른 탓에 “집권 여당 품격에 맞는 언행”, “신상필벌·읍참마속” 등의 주문이 나왔지만, “정권 잡은 지 10개월 됐는데 남 탓으로 헤쳐나가긴 어렵다”는 경고가 가장 뼈아플 것이다.
이제 겨우 한달을 넘긴 김 대표 체제는 갈팡질팡의 연속이었다. 그 짧은 기간 동안 김재원, 태영호, 조수진 최고위원이 번갈아 망언과 막말을 되풀이하며 국민의 분노와 우려를 샀다. 5·18 정신과 4·3 사건을 폄훼하고, ‘밥 한 공기 더 먹기’를 쌀 대책이랍시고 입에 올렸다. 특히 충격을 준 것은 극우의 대명사인 전광훈 목사가 “보수 우파 천하통일을 이뤘다”는 김 최고위원의 발언이다. 전 목사는 국민의힘이 자신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말까지 서슴없이 하고 있다. 전 목사가 지난 총선을 앞두고 최소 10명 이상의 공천(지분)을 요구했다는 황교안 전 대표의 폭로까지 나왔다. 당의 정체성과 관련된 심각한 사안인데도 김 대표 등은 전 목사와 선 긋기를 주저하며 김 최고위원의 입막음에만 급급했다.
정책 역량도 보여준 게 없다. 양곡법은 대안 없이 반대만 할 뿐이고, ‘주 69시간 근로’ 논란을 야기한 노동법 개정 방향에는 입장이 뭔지 흐리고 있다. 국민의힘 정책 중에는 엠제트(MZ) 세대 잡겠다며 내놓은 ‘대학생 천원의 아침밥’밖에 기억나는 게 없다. 다음달이면 집권 1년인데 아직도 전 정부 탓하고, 편 가르기에 나서는 것도 여전하다. 전당대회 직후 당 지지도에서 더불어민주당에 10%포인트 앞섰던 국민의힘이 불과 한달 만인 지난 7일 1%포인트 차로 역전당한 것(한국갤럽)은 제구실 못 하는 여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지수가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중진 의원들의 직언은 그 연장선에 있다. “목사 손아귀에서 움직이는 그런 당이 돼선 안 된다”, “당이 주도적으로 (정책) 이슈를 선점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정책이다”, “미국의 도·감청 문제는 끝까지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 등의 발언에는 집권 여당이 안고 있는 고질적·만성적 문제가 적시돼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1년 뒤 치러질 총선에서 참담한 성적표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솔직한 쓴소리들로 이어진 것이다.
그동안 언론과 야당, 학계 등에서도 줄곧 같은 지적과 비판을 했다. 하지만 여당 지도부는 한사코 귓등으로 흘렸다. 이번에는 여당 ‘내부자들’의 고언이다. 이마저 흘리면, 다음 차례는 국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