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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농촌 인력난 도외시한 농번기 이주노동자 집중단속

등록 2023-04-20 18:01수정 2023-04-21 11:36

경기도 한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농업노동자들의 모습. 김기성 기자
경기도 한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농업노동자들의 모습. 김기성 기자

일손이 귀한 농번기에 외국인 농업노동자들에 대한 불법체류 집중 단속이 벌어지면서 농민들의 원성이 높다. 가뜩이나 농촌 인구가 줄어들어 외국 인력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하필 농번기에 단속이 이뤄지면 농사는 누가 짓느냐는 하소연이다. 현실을 도외시한 채 단속 일변도의 단선적인 이주노동자 정책으로 농민들의 피해만 키우는 꼴이다.

법무부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잠정 중단했던 불법체류 외국인 단속을 지난해 10월 재개했고, 올해 3~4월에는 경찰·고용노동부 등 5개 관계부처와 함께 정부합동단속을 벌이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월 자료를 내어 “올해가 불법체류 감축 5개년 계획을 추진하는 첫해인 만큼 엄정하고 집중적인 단속을 통해 외국인 체류질서 확립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겨레> 취재 결과, 실제 농촌에서는 외국인 농업노동자에 대한 불법체류 단속이 강화되면서 일손을 잃고 농사를 중단해야 하는 처지의 농가가 늘고 있다. 경기 여주 지역에서만 지난 2~3월 동안 30곳이 넘는 농가가 단속을 당했다고 한다. 지역 농민·농업단체들이 대책위원회까지 꾸렸을 정도다. 대부분 밭농사를 짓는 농가들인데, 기계화가 많이 이뤄진 논농사에 비해 여전히 수작업에 의존하는 밭농사는 외국인 인력이 없으면 사실상 영농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취업비자 근로자·계절노동자 등 합법적 경로로 외국인을 고용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지난해 2월 보고서를 보면, 설문조사 대상 농가 402곳 중 64.2%가 외국인을 고용했는데 “외국인만 고용하고 있는 농가의 85.0%, 내국인과 외국인을 같이 고용하고 있는 농가의 94.9%가 ‘비공식 경로’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합법적인 외국인 농업노동자 수가 애초 부족한데다, 봄·가을철 농번기에는 일손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에 불법체류 노동자라도 고용하는 게 불가피한 실정인 것이다.

외국인 불법체류를 막는 것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정부 당국이 농촌의 현실을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 합법적 경로로 이주노동자가 취업할 길을 넓힐 수 있도록 대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농번기에는 단속에도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힘써야 할 것은 단속이 아니라 농촌 인력난 극복을 위한 종합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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