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 표결 전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은 퇴장했다. 연합뉴스
간호법 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일방적으로 법안 처리를 강행했다며,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건의할 방침이다. 대한의사협회장 등 의료단체 대표자들은 거세게 반발하며, 이날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간호법을 폐기하고 입법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며, 공동 파업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간호법 갈등이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파국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간호법은 간호 인력의 업무 범위와 처우 개선에 관한 내용을 뼈대로 삼는다. 고령화로 지역사회 내 방문 간호 수요가 늘고 있지만, 현행 의료법상으로는 지방자치단체 소속 간호사들이 의사의 지시서 없이는 간단한 혈압 측정도 하기 어려워 애를 먹고 있다. 이에 의료기관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간호·돌봄을 제공하기 위한 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책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자는 것이다. 또 국내 상급종합병원의 간호사 1명당 평균 환자 수는 무려 16.3명으로, 주요 선진국의 2~3배에 이른다.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한 간호사들의 이직률이 매우 높은 실정이어서, 장기근속을 유도하고 숙련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처우 개선 내용이 법안에 담겼다.
의협의 반대 논리는 간호사가 의사의 진료 영역을 침범하고 단독 개원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5월 국회 상임위 통과 과정에서,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 내용 수준에서 인용하는 것으로 절충된 바 있다. 이미 의협 쪽 이해와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돼 있어, 단독 개원 우려 등의 주장은 억지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의협의 반발에 다시 힘을 실어준 책임은 정부·여당에 있다. 최근 당정은 간호법을 ‘간호사 처우 등에 관한 법률’로 바꾸고 ‘지역사회’라는 단어를 삭제하도록 하는, 의협 논리에 기울어진 중재안을 냈다가 되레 갈등을 키웠다. 지난 25일에는 보건복지부가 부랴부랴 간호 인력 대책을 내놨지만, 이 역시 구체 실행계획이 빠져 있어 표결을 이틀 앞둔 생색내기용이라는 비난을 샀다. 코로나19 유행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국민들이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받으려면 적정 수준의 간호 인력 확충이 필수라는 점을 몸소 체험했다. 여당은 ‘거부권 카드’를 꺼내 들 것이 아니라, 간호법이 의료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해 의료 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