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5일 코로나19 ‘국제 공중보건 위기상황’ 선포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2020년 1월 위기상황을 선포한 지 3년4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도 조만간 감염병 위기 단계를 낮추는 등 방역 규제를 추가 완화할 방침이다. 코로나19의 사회적 위험도가 낮아진 만큼, 엔데믹(감염병의 주기적 유행) 체제로의 전환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고위험군 피해를 막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긴장의 끈까지 놓아서는 안 된다.
‘국제 공중보건 위기상황’은 세계보건기구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공중보건 경계 선언이다. 다른 국가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감염병이 유행해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이 필요할 때 선포된다. 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와 중환자가 줄고 전세계 인구의 면역 수준이 높아졌다는 점 등을 위기상황 해제의 이유로 들었다. ‘비상사태’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관리체계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도 했다. 코로나19를 인플루엔자(계절성 독감)처럼 일상적인 의료체계 안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단계에 한발 더 다가섰다는 뜻이다.
위기상황 해제로 국내 코로나19 대응체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6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국내외 유행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전문가 자문과 위기평가회의를 거쳐 코로나19 위기 단계 하향 조정 방안을 신속히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3월 발표한 ‘코로나19 위기 단계 조정 로드맵’에서 5월 중으로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최고 단계인 ‘심각’에서 한 단계 낮은 ‘경계’로 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위기 단계가 낮아지면 확진자 격리 의무가 7일에서 5일로 줄어든다. 이어 7월께에는 격리가 의무가 아닌 권고로 바뀐다.
코로나19의 병독성이 많이 낮아졌다고는 하나, 독감과 견줘 전파력이 훨씬 강하고 고령층의 치명률은 여전히 높다. 완전한 일상회복을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얘기다. 세계보건기구도 위기상황 해제를 발표하면서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한 공중보건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효과적인 위기 대응을 위한 지속적인 활동도 권고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령자 등 고위험군에 대한 보호다. 위기 단계가 조정되더라도 신속하게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 ‘아프면 쉴 권리’의 보장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