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초학력 저하, 학교 줄세우기로 풀 문제 아니다

등록 2023-05-15 18:00수정 2023-05-16 02:39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15일 오전 서울시의회 앞에서 서울특별시교육청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를 의장 직권으로 공포했다. 연합뉴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15일 오전 서울시의회 앞에서 서울특별시교육청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를 의장 직권으로 공포했다. 연합뉴스

서울시의회가 15일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를 지역별·학교별로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기초학력 보장 지원 조례’를 의장 직권으로 공포했다. 앞서 지난 9일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조례안이 위법적 소지가 있다며, 대법원에 소를 제기하기로 한 바 있다. 기초학력보장법을 따르도록 돼 있는 기초학력 보장에 관한 내용은 지방의회 조례로 정할 일이 아니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서울시의회가 의장 직권으로 공포 절차를 밟아버린 것이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재의결한 조례를 교육청에 이송한 뒤 교육감이 5일 이내 공포하지 않으면, 지방의회 의장이 직권으로 이를 시행할 수 있다. 이에 맞서 서울시교육청은 조만간 대법원에 해당 조례에 대한 무효 확인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방침이다.

기초학력 진단검사는 학교 교육과정을 습득하기 위한 기초적인 학력 수준을 갖췄는지 살피는 것으로, 지필평가와 관찰, 면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행되고 있다. 기초학력 수준에 미달하는 학생을 조기에 발견해 지원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세부 사항은 각 시도교육청의 교육감이 정하고 있다. 그동안 평가 결과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학교별로 관리해왔다. 서울시의회는 진단검사 결과가 공개되면 기초 학력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학교별로 비교가 되면 학교장과 교사가 알아서 공부를 시킬 것이라는 논리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학습결손으로 기초학력 수준이 저하된 점도 명분으로 삼는다.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으로 꾸려진 ‘서울교육 학력향상 특별위원회’가 이번 조례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학교별 결과 공개는 자칫 학교 간 경쟁을 유발하고 줄세우기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표집 방식에서 전수평가로 바꿨다가, 학교 간 등수 경쟁이 과열되는 부작용이 그대로 드러난 바 있다. 초등학생에게도 시험에 대비해 밤늦게까지 보충수업을 시키거나 상위권 학생에게 상품권을 지급하는 파행이 잇따랐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상 일제고사 부활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바 있어, 이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삼으려는 의도는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번 조례는 본래 목적인 기초학력 부진 학생 지원에도 도움이 안 된다. 열악한 가정환경 등 여러 요인으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도우려면, 성적 공개가 아니라 전담 교사와 맞춤형 지원책을 늘려야 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 거부권 언제까지?…국정 쇄신하겠다는 대통령에게 묻는다 1.

윤, 거부권 언제까지?…국정 쇄신하겠다는 대통령에게 묻는다

‘탄핵 이후’에 답해야 할 민주당 [세상읽기] 2.

‘탄핵 이후’에 답해야 할 민주당 [세상읽기]

‘김건희 수렁’ 이토록 몰염치한 집권세력 3.

‘김건희 수렁’ 이토록 몰염치한 집권세력

[사설] 특활비·예비비 공개·축소하고, 여야 예산안 합의하라 4.

[사설] 특활비·예비비 공개·축소하고, 여야 예산안 합의하라

2천명 급식 챙기다 온갖 수술...그래도 내게 ‘밥 냄새’ 났으면 5.

2천명 급식 챙기다 온갖 수술...그래도 내게 ‘밥 냄새’ 났으면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