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회에서 열린 전기ㆍ가스 요금 관련 당정 협의회에서 이창양 산업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박대출 정책위의장. 연합뉴스
정부가 2분기 전기요금·가스요금 조정안을 15일 발표했다. 16일부터 전기는 킬로와트시(kWh)당 8원, 가스는 메가줄(MJ)당 1.04원 올린다. 2분기의 절반이 지나서야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올해 적자 요인을 조금 줄이는 정도의 인상 폭을 정했다. 올해 초 ‘난방비 파동’을 겪은 정부가, 전기·가스 요금 현실화가 가져올 정치적 부담을 피하는 선택을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많은 숙제를 뒤로 미뤄놓은 것이다. 큰 탈이 나지 않게 잘 관리해야 한다.
이번 인상에 따른 4인 가구 추가 부담액은 전기요금이 월 3천원, 가스요금이 월 4400원가량이다. 정부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평균 사용량까지는 요금 인상분 적용을 1년 늦추고, 에너지 바우처 지급 대상과 전기요금 분할납부 적용 대상을 확대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에너지 캐시백 제도 확대가 있을 뿐, 에너지 사용 절감 필요성을 적극 제기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이 지난해 8월 185억달러에서 올해 4월 109억달러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2021년 4월(77억달러)에 견줘 40%가량 많아 무역 적자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보다는 줄겠지만 한전은 올해도 대규모 적자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 전기요금을 1분기에 킬로와트시당 13.1원 올렸고 이번에 8원 추가 인상했는데, 이는 한전이 올해 적자를 면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인상 폭 51.6원에는 한참 못 미친다. 지난해 32조6천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한전은 올해 1분기에도 6조2천억원의 적자를 냈다. 킬로와트시당 8원 인상으로는 올해 남은 기간 전체 적자규모를 3조원가량 줄이는 데 그친다. 가스요금 인상 폭도 가스공사의 미수금 해소를 위해 필요하다는 메가줄당 10.4원 인상 폭에는 크게 못 미친다.
지난해에 한전은 적자를 메우기 위해 자금시장에서 한전채를 29조원어치 순발행했다. 이런 한전의 자금 싹쓸이로 회사채 금리가 크게 뛰고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못 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는 시중금리가 떨어지는 등 지난해보다 기업 자금조달 시장 여건이 꽤 좋아져 있긴 하다. 그렇다고 안심하고 있어선 안 된다. 기업들이 한전의 회사채를 피해 기업어음 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늘리고 있는데, 한전은 올 들어 기업어음 순발행도 크게 늘리고 있다. 각별히 경계하고,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신속 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