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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법관 제청도 전에 대통령 거부권 시사, 삼권분립 침해다

등록 2023-06-05 18:01수정 2023-06-06 02:40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 대법관 임명과 관련해 대법원장이 특정 후보를 제청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할 수도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아직 후보 제청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임명 거부 운운하는 것은 헌법이 규정한 대법원장의 제청권 행사에 부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사법부 독립성과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위헌적 행위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30일 퇴임을 앞둔 조재연·박정화 대법관의 후임자로 8명의 후보를 추천했다. 추천위는 법무부 장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법학계, 비법조인 등 각계 인사가 참여하는 기구다. 이제 김명수 대법원장이 2명을 선택해 제청하면 윤 대통령이 임명하는 수순이 남아 있다. 대법원장이 제청한 대법관 후보를 임명하지 않은 전례가 없다. 그런데 최근 대통령실에 특정 후보 2명에 대한 임명 거부 기류가 있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왔다. 거부 이유는 이념 성향인 것으로 보도됐다.

헌법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사법부의 독립성과 유기적 통일성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라고 헌법 교과서에도 나온다. 헌법은 대통령에게 대법원장 임명권을 주는 대신, 대법원장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어긋나는 6년으로 보장하고 대법관 제청권을 부여했다. 사법부가 정권 교체에 직접 영향을 받지 않고 삼권분립의 한 축으로 자율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구조다.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을 무력화시킨다면 삼권분립의 헌법 원칙도 무너지게 된다.

더구나 대법관으로서의 자질이나 도덕성 등 구체적 사유도 아니고 우리법연구회 출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겸직 등 대통령과 뜻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제하려 드는 것은 사법부를 장악하려는 의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렇잖아도 오는 9월 김명수 대법원장이 퇴임하면 윤 대통령이 새 대법원장을 임명하고 이후 임기 중 9명의 대법관을 새로 임명하게 된다. 그런데도 벌써부터 무리하게 대법관 인선에 개입하려는 모양새는 대법원을 ‘대통령의 사람들’로 채워 행정부에 예속시키려 한다는 우려마저 키운다.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 측면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공교롭게도 배제 대상으로 지목된 2명의 후보는 모두 여성이다. 현재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4명 가운데 여성은 4명뿐이다.

대법원장은 공정하고 독립된 사법부를 최우선 기준으로 대법관 후보를 제청하고, 윤 대통령은 이를 존중해야 마땅하다.

지난달 30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추천한 새 대법관 후보 8명. 윗줄 왼쪽부터 윤준 서울고법원장, 서경환 서울고법 부장판사, 엄상필 서울고법 부장판사,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아랫줄 왼쪽부터 권영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순영 서울고법 판사, 신숙희 양형위원회 상임위원(판사), 정계선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 대법원 제공
지난달 30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추천한 새 대법관 후보 8명. 윗줄 왼쪽부터 윤준 서울고법원장, 서경환 서울고법 부장판사, 엄상필 서울고법 부장판사,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아랫줄 왼쪽부터 권영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순영 서울고법 판사, 신숙희 양형위원회 상임위원(판사), 정계선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 대법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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