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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역전세난 핑계 DSR 완화, 갭투기 사후 지원하는 꼴

등록 2023-06-06 18:18수정 2023-06-07 02:39

5일 오전 서울 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연합뉴스
5일 오전 서울 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연합뉴스

전셋값이 떨어져 기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을 대상으로 정부가 대출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이사를 떠나는 세입자로선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는 게 매우 중요한 일이긴 하다. 그러나 이를 핑계로 임대인에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화해서까지 대출 한도를 늘려주는 것은 선을 넘는 일이다. 필요하다면 세입자를 지원하면 된다. 무리한 갭투자를 한 투기꾼까지 지원하자고 가계부채 관리에 구멍을 내서는 안 된다.

전셋값이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보다 낮아지는 ‘역전세난’은 계속 심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6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전국의 잔존 전세계약 중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이 1월 25.9%에서 4월 52.4%로 늘었고, 같은 기간 깡통전세 위험가구 비중도 2.8%에서 8.3%로 증가했다.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여 초저금리 정책을 폈던 시기에 급등한 집값과 전셋값이 뒷걸음질을 하면서 일어나는 일이다. ‘전세사기’가 많았던 빌라나 다가구주택에서 역전세난이 더 심하다.

그렇지만 집값이나 전셋값은 오르내리는 것이고, 그 리스크는 집주인이 져야 할 몫이다. 집주인은 계약 만료로 이사하는 세입자의 보증금을 제때 내줘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지 못하면 손해도 배상해야 한다. 집주인은 이미 여러 상품이 나와 있는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을 활용할 수 있다.

정부는 이를 활용해도 반환할 보증금을 다 마련하지 못하는 집주인을 위해 대출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 그렇다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풀어서까지 대출 한도를 늘려주는 것은 옳지 않다. 부풀어 오른 전세보증금을 지렛대 삼아 무리한 갭투자를 한 사람까지 사후 지원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세입자를 돕는 게 목적이라면, 제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세입자에게 직접 유동성을 지원하면 될 일이다.

올해 1분기 들어 가계부채가 13조7천억원 감소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여전히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뛰어넘고, 부채비율은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다. 정부가 고금리에 따른 가계 고통 경감을 명분으로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 모기지를 공급하고 있어 2분기에는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만은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여기에서 억제의 끈을 더 놓았다가는 나라 경제를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빠뜨릴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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