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중국대사 고압 발언’ 정치적 이용 말고, 냉정 대응해야

등록 2023-06-12 18:31수정 2023-06-13 02:39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만찬 회동 자리에서 한 고압적 발언을 둘러싸고, 한-중 관계의 위기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중 외교부가 서로 대사를 ‘맞초치’한 데 이어, 대통령실까지 나서 싱 대사를 직접 비판하는 등 일파만파 상황이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12일 브리핑에서 싱 대사를 겨냥해 “가교 역할이 적절하지 않다면 본국과 주재국의 국가적 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싱 대사가 “주재국 내정에 개입”해 비엔나(빈) 협약을 위반했다고도 했다. 대통령실이 특정 국가 대사를 향해 비판적 논평까지 내놓은 건 매우 이례적이다. 이날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싱 대사를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이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주한 중국대사의 행동은 매우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사태의 발단이 지난 8일 싱 대사가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 등 한국 여론이 용납하기 어려운 발언을 15분 동안 일장 연설하듯 한 것에서 출발한 것은 맞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관저에 찾아가 이를 민주당 공식 유튜브에 생중계한 것도 부적절했다.

하지만 이후 이 사안이 국내 정치에 이용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위태로운 양국 관계를 점점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모양새다. 여당과 외교부에 이어 대통령실까지 나서 싱 대사에 대한 전방위 비판에 나서는 건 현명하지 않다. 싱 대사의 존재감만 높이는 것 아닌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이재명 대표를 향해 “중국 공산당 한국 지부장인지, 제1야당 대표인지 입장을 분명히 하라”고 요구하는 등 야당을 공격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

한국의 이런 비판에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각계각층 인사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하고 교류하는 것은 싱 대사의 직무”라고 했고, 중국 관영 매체들도 한국을 비판하며 싱 대사를 두둔하고 있다. 중국 입장을 거칠게 대변하는 ‘전랑외교’와 한국 국내 정치가 충돌하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의 한-미, 한·미·일 일변도 외교로 인해 한-중 관계는 과도하게 악화되었다. 한-중 관계를 관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돼가는 시기에, 이 문제가 두 나라의 국내 정치와 맞물리면서 한-중 관계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는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는 거의 없고, 경쟁적으로 비방에만 열을 올리는 등 한-중 관계는 어찌 돼도 상관없다는 투로 보일 정도다. 한·중 양국 모두 이런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직시하고, 냉정하게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할 때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그가 아프지 않았더라면 [뉴스룸에서] 1.

그가 아프지 않았더라면 [뉴스룸에서]

학교예술강사 예산 72% 삭감…‘K-컬처’ 미래를 포기하나 [왜냐면] 2.

학교예술강사 예산 72% 삭감…‘K-컬처’ 미래를 포기하나 [왜냐면]

[사설] ‘김건희’ 위해 “돌 맞고 가겠다”는 윤 대통령 3.

[사설] ‘김건희’ 위해 “돌 맞고 가겠다”는 윤 대통령

머리를 두고 온 사람 [크리틱] 4.

머리를 두고 온 사람 [크리틱]

유해 도서를 권합니다 [말글살이] 5.

유해 도서를 권합니다 [말글살이]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