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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여 ‘의원수 축소’, 야 ‘무관심’에 선거제 개혁 또 무산되나

등록 2023-06-21 18:45수정 2023-06-22 02:08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 20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 20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의원수 축소’ 주장을 공식화하면서 선거제 개편 논의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여당은 연일 선거제 개혁 취지인 ‘비례성’과 ‘대표성’에 역행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더불어민주당은 당론도 정하지 않고 있다. 초당적 정치 개혁 약속이 또다시 공회전으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0일 ‘국회의원 30명 감축’을 제안한 뒤, 여당에선 동조 주장이 이어졌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비례를 축소하거나 없애는 식으로 전체 의석을 줄여야 한다”고 했고, 이철규 사무총장은 “국민들의 바람은 ‘국회의원 정수가 너무 많다, 줄여라’라는 것”이라고 보탰다. 그간 진행된 선거제 개혁 취지는 승자 독식의 현행 소선거구제 문제를 줄여 표의 등가성을 높이고,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표할 수 있는 국회를 만드는 데 있다.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을 포함한 비례대표 확대 방안이 선거제 개편의 핵심 쟁점으로 논의된 것도 이런 이유다. 여당은 ‘국민 뜻’을 내세워 의원 수 축소를 주장하는데, 결국 만만한 비례대표를 줄여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재 지도부의 거수기 역할을 하는 일부 비례대표 의원들 면면을 보면, 비례대표 확대를 놓고 국민 지지를 받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비례대표제를 악용한 정당의 문제다. 일각에서는 ‘의원 수 축소’ 주장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낮다며 ‘총선용’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의원 수 축소’ 주장이 결과적으로 논점을 흩뜨려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도록 하게 만드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는 민주당도 이해되지 않는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9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당 개혁을 약속했지만, 선거제 등 정치개혁 방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선거제 개혁안에 대한 당론도 정해지지 않았다. 큰 의지가 없어 보인다.

앞서 국회의원 140여명이 참여한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 모임이 발족되고, 의원 100여명이 참여한 국회 전원위원회도 열렸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민 대상 선거제 공론조사까지 벌이는 등 사전 준비는 모두 마무리됐다. 이제 남은 건 국회의 결단이다. 여당은 퇴행적 주장을 거두고, 야당은 적극적으로 개혁 논의에 나서야 한다. 선거제 개혁이 거대 양당의 직무유기로 이번에도 무산되는 일이 있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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