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교육부장관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 대책을 발표하기 위해 브리핑실에 들어서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초중고교에서 학교 행정 업무에 사용하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NEIS)의 새 버전이 개통되자마자 학교 현장이 대혼란에 빠졌다. 접속 오류는 기본이고 정보를 입력할 때 먹통이 되거나 심지어 다른 학교의 시험 정답이 인쇄되는 등 황당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기말시험을 다시 출제하거나 아예 연기하는 등 학사 일정에 파행을 겪는 학교가 속출하고 있다. 학교가 가장 바쁠 때인 기말고사를 코앞에 두고 새 시스템을 개통한 교육부의 ‘불통’과 ‘무능’ 행정으로 애먼 교사들과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교육부는 태블릿·스마트폰 등 새로운 교육 환경을 반영한다는 명목으로 무려 2824억원을 들여 4세대 나이스 시스템을 구축해 지난 21일 개통했다. 일선 학교에선 기말고사를 앞두고 새 시스템 개통에 따른 혼란을 우려해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교육부가 “9월 대입 수시전형이 시작돼 미룰 수 없다”며 개통을 강행했다고 한다. 입시가 문제라면 대입이 끝난 겨울방학 때 개통했으면 될 일인데 굳이 학기 중에 이렇게 무리한 이유는 뭔가.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이 지난 23~25일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 3427명 중 97.2%가 4세대 나이스 개통 시기가 ‘매우 부적절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새 버전 개발에 참여한 업체가 기술력이 입증되지 않은 기업이라는 사실도 문제다. 언론 보도를 보면, 2021년 입찰을 통해 이 사업을 따낸 중소기업 컨소시엄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한 업체가 과거 공공사업 참여를 제한당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동안 나이스 개발은 대기업인 삼성에스디에스가 독점해왔기 때문에 중소기업도 참여할 기회를 줘야 다는 지적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기술력에 문제가 있는 기업까지 참여시킨 것은 이해가 안 된다. 업체가 바뀌었으면 개발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는지 더욱 철저하게 점검했어야 되는 게 아닌가.
더욱 우려되는 것은 학생과 교사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나이스는 학생 성적과 생활기록, 출석과 결석, 교원 인사정보 등을 입력·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학생과 교사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집합돼 있는 곳이다. 지금 교육부는 새 버전 오류가 발생한 원인은 고사하고 앞으로 어떤 오류가 발생할지도 정확히 모르는 상태다. 참으로 답답하고 무능한 조직이다. 교육부는 이번 사태 수습을 일선 학교에 떠넘기지 말고 전면에 나서서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