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불거진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혹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추측과 정황만으로 찔끔찔끔 소설 쓰기나 의혹 부풀리기에 몰두하지 말고, 자신 있으면 국토부 장관인 저를 고발하라. 수사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또 “장관직을 걸 뿐만 아니라 정치생명을 걸겠다. 대신 고발 수사 결과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들이 근거 없고 무고임이 밝혀지면 민주당은 간판을 내려라”라고 책임을 민주당에 돌렸다.
지금 화를 낼 사람이 누구인가.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건가. 그리고 왜 다들 툭하면 ‘나는 장관직을 걸 테니, 넌 뭘 내놓겠느냐’는 말을 협박처럼 내뱉는가. 장관직이 노름판 판돈인가. 근거 없는 의혹이라면 합리적으로 반박하면 될 일인데, 정치생명을 걸겠다며 극단적 반응을 보이는 장관의 행태는 괴기스럽다. 오랫동안 국회의원 활동을 해온 원 장관이 국정에 대한 야당의 문제 제기를 ‘무고’로 인식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 무엇보다 2017년부터 추진돼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통과한 국가기간사업을 마치 화풀이하듯 장관 혼자 기분 내키는 대로 중단할 수 있는 것인가. 윤석열 정부에서는 국정 운영을 이렇게 하는 건가.
애초 논란은 예타까지 마친 양평고속도로 종점이 윤 대통령 처가 소유 땅 근처로 바뀐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다. 그리고 국토부가 납득할 만한 설명을 제대로 못 하니 의혹이 점점 커진 것이다. 국토부가 지난달 8일 공개한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 내용’에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이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변경됐다고 기재돼 있다. 그렇다면 왜 변경했는지, 누가 변경했는지, 그 절차는 합당했는지 등을 국민들께 설명하는 게 먼저다.
그런데 원 장관은 야당을 향해 “필요하면 다음 정부에서 하라” “의혹 제기하는 이들이 처음부터 노선 결정 과정에 관여하라”고 하는 등 감정적 언사를 마구 내뱉고, 갑작스레 백지화를 선언했다. 교통정체 완화 목적으로 추진됐던 일인데 ‘골탕 좀 먹어보라’는 건가. 지역주민들을 볼모 잡고 사업 백지화 원성을 야당에 돌리려는 떼쓰기인가.
원 장관은 오랫동안 대선주자급으로 오르내렸고, 지금도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 중 한명이다. 한때는 보수정당의 개혁세력 대표주자였다. 그런데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던가. 적반하장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들지 말고 주무 장관으로서 책임지고 진실을 밝히길 바란다. 직은 이럴 때 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