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군사협력 강화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우크라이나까지 방문하면서 반러시아 기조를 공식화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안보·인도·재건 지원을 포괄하는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함께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상회담에선 1억5천만달러(약 1910억원)의 자금 지원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회복센터’ 재건 사업 참여 등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의 방문이 양국 관계를 공고히 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 기업의 재건 사업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상회담에선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군수물자 지원’도 언급됐다. 다만 이전과 달리 ‘비무기체계’를 전제하지 않아, 향후 살상무기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자유 진영과의 연대를 최우선시하는 ‘가치 외교’의 연장선에 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생즉사 사즉생의 정신으로 우리가 강력히 연대해 함께 싸워나간다면 분명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도 “가치 외교와 책임 외교의 실천 기조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입체적으로 글로벌 차원에서 긴밀하게 연대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으로 미국과 동맹국을 주축으로 한 반중·반러 기조 강화에 한국 정부가 적극 동참하면서 러시아의 ‘적대국’임을 스스로 표방한 모양새다.
하지만 북핵 문제 해결 등 한반도 정세 관리를 위해선 주변국인 중국·러시아와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윤 대통령의 ‘서방 편들기’는 이들 국가가 북한과 더욱 밀착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어 우려된다. 게다가 중국은 한국의 제1위 교역 국가이고, 러시아 역시 주요 경제 협력 국가로 부상 중이다. 당장 러시아에 진출한 우리 기업과 교민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국내 물난리로 인명·재산 피해가 늘어나는 중에 순방 기간까지 연장해가며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신냉전 구도 속 윤 대통령의 노골적인 서방 밀착형 외교 행보는 주변국을 자극해 한반도의 경제·안보 불안을 고조시키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이 왜 ‘균형 외교’를 통해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애썼는지, 무엇이 국익을 지키는 길인지 윤 대통령은 거듭 숙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