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19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이승만 초대 대통령 서거 58주기 추모식에 참석하여 추모사하고 있다. 국가보훈부 제공
국가보훈부가 이달 초 독립유공자 서훈 공적심사위원회 운영규정을 개정하면서 광복회장을 당연직 심사위원에서 제외했다. 대한민국은 일제 강점에 맞서 지난한 독립 투쟁을 벌인 끝에 광복을 맞았다. 광복회는 독립유공자와 유족·후손들로 구성된 보훈단체인데, 독립유공자 심사에서 빠지라는 것이다.
보훈부가 광복회장을 배제하는 개정 ‘독립유공자 서훈 공적심사위 운영규정’을 시행한 건 지난 3일인데, 18일 뒤늦게 밝혔다. 보훈부는 그동안 광복회장의 회의 출석이 저조해 당연직 위원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지만, 납득이 안 된다. 독립유공자로 구성된 보훈단체를 빼고 어떻게 독립유공자 서훈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건지 의아하다. 회의 출석이 저조하다면 출석을 독려해야 할 일이지, 제외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또 회의 참석 저조 사례로 2021년과 2022년을 들었는데, 2021년에는 지난해 숨진 김원웅 회장 시절이었고, 2022년에는 회장 공석, 후임 장호권 회장의 직무정지 등 내홍이 있었다. 현 이종찬 회장은 지난 6월 임기가 시작됐다. 보훈부가 광복회장 배제를 위해 무리한 논리를 세우고 있는 것이다.
공적심사위 의결 조건도 기존 ‘재적위원 과반 출석에 출석위원 3분의 2 찬성’에서 ‘재적위원 과반 출석에 출석위원 과반 찬성’으로 완화했다. 이렇게 의결 조건을 완화하면 보훈부가 원하는 대로 독립유공자 서훈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지난 2일 친북 논란이 있는 독립유공자 서훈을 전면 재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 6일엔 친일 행적을 본인 스스로도 인정한 백선엽 전 육군 대장 등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 공식 기록된 일부 인사들의 친일 행각을 ‘직을 걸고 바로잡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형적인 ‘뉴라이트’ 관점이다. 반면, 이종찬 신임 광복회장은 “대한민국 원년은 (임시정부가 창립된) 1919년”이라며 ‘1948년 건국절’론을 일축한 바 있다. 결국 친일 경력자는 독립유공자로 서훈하고, 반대로 이념 잣대를 들이대 기존 독립유공자는 박탈하려는 움직임에 방해가 될까 봐 광복회장을 심사위에서 배제한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광복회는 보훈처의 보훈부 승격을 크게 환영했다. 그런데 보훈부 승격 뒤 사실상 처음 내놓은 조처가 광복회 배제다. 보훈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건가. 대한민국 정통성을 뒤흔드는 반민족행위를 즉각 중단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