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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엘리엇 중재판정 불복 소송, ‘여론무마용’은 아닌가

등록 2023-07-20 18:46수정 2023-07-21 02:38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엘리엇에 1300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정에 불복하는 소송을 내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엘리엇에 1300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정에 불복하는 소송을 내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최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에 1300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에 불복해 취소소송을 내기로 한 결정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법무부가 불복 이유로 내세운 논리가 이미 중재판정부에 의해 배척됐을 뿐 아니라, 국제 판례도 대부분 정부 주장에 반하기 때문이다. 배상금에 대한 지연이자와 로펌 선임료 등 거액의 소송비용을 고려하면 ‘기회비용’이 큰 소송인데도 정부 논리는 매우 허술해 보인다.

법무부의 불복 이유는 중재판정부의 결정이 관할권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중재판정부는 삼성물산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을 ‘사실상 국가기관’으로 봐 의결권 행사 책임이 한국 정부에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법무부는 국민연금은 국가기관이 아니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은 ‘상업적 지분’에 따른 의결권을 행사한 것에 불과해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쟁점은 엘리엇이 승소한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ISDS) 판정에서 이미 다뤄진 것이다. 법무부는 영국 법원에 취소소송을 내기 때문에 다퉈볼 만하다고 하지만, 영국 법원의 취소소송 승소 확률은 10%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도 2018년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합병과 관련해 이란 다야니 가문과의 중재소송에서 약 73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정을 받자 영국 고등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한 바 있다.

‘국민연금의 찬성은 주주 의결권 행사일 뿐’이라는 법무부의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박근혜 정권 당시 청와대 지시에 따라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했다는 것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특검 및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로 확정된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국정농단 특검에 파견돼 이 수사를 전담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누구보다 이를 잘 알 것이다. 만약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주주로서 독립된 결정으로 봤다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기소했겠는가. 한 장관은 또 국내 주주들이 낸 민사소송에서 법원이 ‘국민연금이 결과적으로 독립된 의결권을 행사했다’고 판결한 것을 불복 이유의 하나로 들었다. 그러나 국정농단 특검은 2018년 8월 법무부가 이 판결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중재판정부에 제출한 것에 반발해 법무부에 강력하게 항의한 바 있다. 이 의견서가 국정농단 수사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장관의 태도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렸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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