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만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석열 대통령이 인사하고 있다. 히로시마/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7일 출국한다. 18일(현지시각) 진행될 이번 정상회의는 한·미·일의 군사·경제안보 밀착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기대보다 우려가 큰 게 사실이다.
한·미·일 정상은 회의 뒤 ‘캠프데이비드 원칙’을 발표해 한·미·일 정상회의와 국가안보보좌관 회의, 3국 연례 합동훈련을 정례화하는 등 한·미·일 협력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격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일 연례 합동훈련에선 3국의 레이더, 위성, 미사일 요격 훈련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3국의 군사적 협력을 촘촘하게 제도화해, 어떤 정부가 들어서거나 한-일 관계에 변동이 있더라도 안보 협력이 지속될 수 있도록 만들려는 것이다. 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일 공조를 통한 중국 포위망 강화를 외교안보 성과로 부각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있다. 윤 대통령은 북핵 대응을 위한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지만,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 최전선에 서게 될 위험성은 커지는 것이다.
한·일의 ‘준동맹화’도 중요 쟁점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을 “안보와 경제 협력의 파트너”로 규정하며 “일본이 유엔사령부에 제공하는 7곳 후방기지의 역할은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역할을 이례적으로 부각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16일 공개된 블룸버그 통신 인터뷰에서 “확장억제와 관련해 한·미·일 간 별도 협의도 열려 있는 입장”이라며 한-미 핵협의그룹(NCG)에 향후 일본 참여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전엔 상상할 수 없던 일이 윤석열 정부 들어 너무나 자연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한-일 사이에 군사적 협력이 논의되는 바탕에는 윤 대통령의 거침없는 ‘대일 양보’가 동력으로 작동한다. 윤 대통령이 ‘일본 유엔사 후방기지 역할’을 강조한 광복절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태평양전쟁 에이(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역사를 무시하고 여론 설득도 없이 한·일 준동맹화를 밀어붙이는 윤 대통령의 위험한 도박은 한국 사회가 수용하기 어렵다. 장기적으로는 한-일 관계도 오히려 불안정하게 만들 우려가 크다. 북핵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미·일과 협력을 강화하더라도 중국과의 과도한 긴장과 대립은 한국이 감당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캠프데이비드로 향하는 길에서 이런 현실을 깊게 숙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