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지난 25일 국회에서 자신과 관련한 펀드 투자금 특혜 환매 의혹 반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의원이 들고 있는 것은 금감원에 요청한 사과문이다.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지난 24일 라임펀드 재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다선 국회의원’ 등에 ‘특혜성 환매’가 이뤄졌다고 명시한 것에 대한 비판이 금감원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인 이복현 금감원장이 금감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금감원은 당시 보도자료에서 대규모 환매 중단 선언(2019년 10월) 직전인 2019년 8~9월 “라임이 일부 투자자들에게 특혜성 환매를 해줬다”며 농협중앙회(200억원)와 상장회사(50억원), 다선 국회의원(2억원) 등을 명시했다. 이 ‘다선 국회의원’은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밝혀졌다. 만일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특혜성 환매를 받았다면 철저히 조사해 그 실상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그러나 김 의원이 돌려받은 돈은 라임자산운용의 고유자금이지, 다른 투자자들의 돈이 아니었다. 김 의원의 위법행위도 없었다. 펀드 부실화와 관련된 정보를 미리 입수한 해당 펀드 판매사인 미래에셋증권이 운용사에 환매를 요구했고, 이에 기관투자가를 포함한 16명의 환매가 동시에 진행됐다고 한다. 그런데도 금감원이 “다선 국회의원”을 전면에 내세운 건 이 원장의 지시였다고 한다. ‘다선 국회의원’ 문구는 보도자료 본문 첫장에 실렸다. 야당 의원의 부도덕성을 부각하려다 무리수를 둔 것이다.
또 이날 언론에는 라임펀드가 투자했던 회사에서 횡령된 자금이 민주당 관련 인사들에게 흘러간 정황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금융회사가 아닌 펀드가 투자한 비금융회사의 자금 흐름까지 들여다보는 건 금감원의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다. ‘라임 사태’는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이 당시 여당인 민주당 인사들을 타깃으로 수사를 벌였던 사안이다. 금감원이 해묵은 사건을 다시 꺼내 재조사를 벌였는데, 부실한 조사와 발표에 이어 추측성 보도까지 남발되고 있다. 불확실한 정황을 흘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검찰의 수법이 연상된다. 28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라임펀드 재검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 이 원장이 금감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 글이 여럿 올라왔다. “검찰, 감사원에 이어 여기까지” “정치가 금융감독을 덮었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독립성과 중립성이 생명인 금융감독기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금융시장의 신뢰를 본질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다. 이복현 원장은 금감원을 무리하게 정치에 동원했다는 지적에 소명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