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새마을금고에서 고객 자금 인출사태가 일어나자 지난 7월6일 오전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이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교남동새마을금고 경희궁지점을 찾아 새 계좌를 개설하고 언론에 이야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한 뒤 금융시장에 거친 파도가 잦다. 지난해에는 한국전력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으로 기업 자금조달시장의 차입 금리가 급등한 상황에서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레고랜드 개발용 지방채의 지급보증을 철회하면서 채권·기업어음 시장이 마비된 적이 있다. 올해 들어서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의 연체율이 급등한 일부 새마을금고에서 뱅크런이 일어나, 정부가 나서 큰불을 껐다. 그런 가운데 대표적인 서민금융기관인 상호저축은행의 재무 건전성이 올해 들어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위기설의 또다른 온상이 되지 않게, 금융당국이 적극 대응해야 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8일 페퍼저축은행과 더케이저축은행의 장기신용등급을 트리플비(BBB)로 유지하면서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다. 앞으로 투자부적격 등급(BB)으로 낮출 수도 있다는 뜻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자산규모 기준 업계 4위 페퍼저축은행에 대해 수익성 저하, 자산 건전성 위험 확대, 자본 적정성 지표 열위를 이유로 신용등급 전망을 낮췄다고 밝혔다. 앞서 6월 오에스비저축은행의 신용등급(BBB) 전망도 부정적으로 고친 바 있다.
국내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 신용경색 시기에 자금조달 비용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부동산피에프 연체율이 급등해 흔들리고 있다. 2분기 경영공시를 보면 업계 2위 오케이저축은행의 부동산피에프 연체율은 지난해 2분기 3.6%에서 올해 8.35%로 뛰고, 웰컴저축은행(3위)이 0.01%에서 3.6%로, 페퍼저축은행(4위)이 0%에서 4.35%로 뛰었다. 페퍼저축은행은 상반기에 429억원의 적자를 내기도 했다. 향후 저축은행의 재무 건전성은 부동산피에프 대출의 부실이 얼마나 커지냐에 달려 있다.
금융시장에선 지난 7월부터 이른바 ‘9월 위기설’이 퍼졌다. 위기설은 금융시장의 안정적 작동에 대한 불안감이 크고, 금융당국의 감독·관리 능력에 대한 신뢰는 떨어질 때 퍼진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들이 지난 3일 회의를 열어 ‘부동산피에프 연체율 상승세가 둔화됐다’며 위기설이 근거가 없다고 평가했다. 잘한 일이다. 그러나 부동산피에프 부실이 늘어나는 한 위기설은 재발할 수 있다. 잦은 위기설은 경제에 타격을 입힌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헛소문이 나돌지 않게 하고, 필요하다면 저축은행의 자본 확충 등 선제적인 조처로 불안감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