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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통령 ‘명예회복’ 위해 언론 강제수사하는 검찰

등록 2023-09-14 19:38수정 2023-09-15 02:42

뉴스타파 직원들이 14일 오전 대장동 허위 보도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위해 서울 중구 뉴스타파를 찾은 검찰 관계자들과 대치하고 있다.연합뉴스
뉴스타파 직원들이 14일 오전 대장동 허위 보도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위해 서울 중구 뉴스타파를 찾은 검찰 관계자들과 대치하고 있다.연합뉴스

검찰이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을 보도한 뉴스타파와 제이티비시(JTBC), 그리고 보도에 관여한 기자들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대선 때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허위 보도’로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그 이유다. 언론 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은 언론중재나 정정보도청구 소송 등의 절차를 거치는 게 일반적이다. 언론사에 대한 강제수사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극히 예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검찰이 강제수사에 나서려면, 최소한 언론사나 기자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 사건과 관련해 지금까지 범죄 단서로 제시한 것은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의 ‘돈거래’뿐이다. 김씨가 2021년 9월 이뤄진 인터뷰를 대선 직전 보도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신 전 위원장에게 1억6200만원을 건넸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인데, 이것만으로는 뉴스타파가 범죄에 연루된 정황이라고 보긴 어렵다. 14일 언론브리핑에서도 검찰은 김씨와 신 전 위원장의 ‘돈거래’ 외에 구체적 정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이 사건은 대장동 사건 관련자들이 이미 검찰에서 조사를 받아 관련 진술은 다 확보됐고, 언론 보도 ‘취재원’도 다 드러나 있다. 또 뉴스타파는 문제의 녹취파일 등 보도 경위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공개하고 있다. 강제수사는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안에서만 하여야 한다’고 형사소송법에 규정돼 있다. 그럼에도 검찰이 강제수사를 강행한 것은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을 압박하려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이 사건은 법무부 장관을 통해 검찰을 지휘하는 대통령이 피해자인 사건이다. 명예훼손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해야 기소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검찰 수사는 윤 대통령의 ‘처벌 의지’가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 애초 뉴스타파를 비롯해 언론들이 제기한 문제의 본질은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를 할 때 대장동 일당을 봐준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윤 대통령의 ‘수사 무마’ 의혹은 놔둔 채, “허위 보도를 공모한 배후세력이 있다”는 대통령실의 ‘수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이 윤 대통령 관련 의혹도 제대로 수사를 해야 이번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대통령 개인의 피해를 ‘대리 보복’하기 위해 검찰권을 동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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