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모습.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감사원이 “국가 통계를 조작했다”며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문재인 정부 인사 22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이들이 정책 효과를 보여주기 위해 통계 수치를 조작 또는 왜곡하도록 통계청과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감사원의 ‘통계 조작’ 주장에 전임 정부 인사들은 “노골적인 정치 감사”라며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감사원이 15일 발표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중간조사 결과를 보면, 쟁점이 되는 통계는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전국의 집값을 집계하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통계청이 분기마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을 파악하는 가계동향조사와 매달 실시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 등 크게 세 가지다. 가장 논란이 됐던 주택가격 통계의 경우, 원래 부동산원은 주 1회 국토교통부에 보고했는데, 2017년 6월 초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주중치와 속보치, 확정치 등으로 구분해 주 3회 보고하게 했고, 예측치로 보고된 주중치보다 속보치와 확정치가 높게 보고되면 그 사유를 규명하도록 하는 등 변동률을 낮추도록 압박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집값 상승이 부담스러운 정부가 통계 수치로 이를 낮추려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국가 경제정책의 판단 지표인 통계 수치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다면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의 행위가 정상적 업무 범위 안에 있었는지, 아니면 그 범위를 넘어섰는지는 향후 법률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다만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감사 조작으로 의심받을 적지 않은 대목이 있었음에 주목한다.
그동안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전방위적인 감사를 벌여왔는데, 장하성 김수현 김상조 이호승 등 청와대 정책실장들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 22명을 무더기로 수사 요청한 것은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중차대한 상황을 다루는 감사원의 처리 방식이 매우 거칠다. 감사 초기부터 이 사안을 국기문란 통계 조작으로 못박아 여론몰이를 하고, 의도된 결과가 나오지 않자 세 차례나 조사 기간을 연장하고 조사팀을 교체해 강압 조사 논란이 계속됐다. 또 사실관계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중간결과 발표 형식을 빌려, 당사자 혐의를 공개해 여론전을 펴니 ‘정치 감사’ 의혹을 스스로 키운 셈이다. 현 정부 들어 지금까지 보여준 감사원의 행태에 비춰보면, 이런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