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병원 의사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계약직 비중이 크게 늘었다. 지난 12일 ‘국립대병원 공동투쟁 연대체’가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국립대병원 인력 정원확대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제공 사진.
최근 3년여 동안 국립대병원의 계약직 의사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업무 강도가 높고 연봉 수준이 낮은 국립대병원 교수직을 기피하는 의사들이 늘어난 결과다. 안정적인 의사 인력 확보가 어렵게 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간다. 의료 서비스 질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 응급상황에서 의료 공백이 발생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립대병원은 대부분 권역별 필수의료를 책임지는 의료기관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한겨레가 전국 국립대병원 10곳의 의사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9년 말 427명이었던 계약직 의사 수(전공의 제외)는 지난 6월 기준 672명으로 불어났다. 3년 반 만에 57% 급증한 것이다. 이들 계약직 의사는 촉탁의·진료교수로 불리며, 1년 단위로 병원과 계약해 환자를 진료한다. 계약직 의사 규모가 늘면서 전체 국립대병원 의사 가운데 계약직 비중도 같은 기간 18.3%에서 23.9%로 커졌다.
국립대병원의 계약직 의사는 연구 실적이 별도로 필요 없고 의대생 교육도 겸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계약직 의사 수요가 늘면서 이들의 몸값은 크게 뛰었다. 지난해 기준 경북대병원과 부산대병원을 제외한 모든 국립대병원에서 계약직 의사의 평균 연봉이 고용이 보장된 임상 분야 교수직보다 높았다. 촉탁의는 정부의 총액 인건비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결과적으로 수입이 더 많은 개원의로 빠져나간 자리를 다시 높은 연봉을 주는 조건으로 계약직을 뽑아서 메우는 기형적 구조가 돼버린 셈이다. 단기간 근무하고 병원을 떠날 계약직 비중이 높아지면 중증·고난도 질환에 대응하기 위한 의료진의 진료·연구 역량을 키워나가기 어렵다.
이렇게 된 데는 정부 책임이 크다. 의료진을 얼마나 양성하고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한 정부 정책 자체가 제대로 수립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병원도 의사도 각자의 수익만 추구하는 동안, 지역별 거점 병원에서 필수의료를 공급해야 할 의료진은 턱없이 부족해졌다. 정부가 의료 공공성 확보를 중심에 두고 정책을 펴기보다는 의료를 민간에 맡겨두고 방치해온 결과다. 20년 가까이 3058명에 묶인 의대 정원, 비급여 진료 시장으로의 쏠림, 1~3차 병원이 무한경쟁을 하는 왜곡된 의료전달체계 등 고질적 문제는 개선은커녕 점점 심화되고 있다. 정부가 국립대병원 의료진 부족 문제를 포함해 의료 공공성을 확대할 종합적 대책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