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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하마스 공격에 이스라엘 ‘박멸 전쟁’, 혼돈의 국제질서

등록 2023-10-08 18:02수정 2023-10-09 10:09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8일 보복 공격으로 파괴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건물에서 주민들이 가재도구를 챙겨 나오고 있다. 가자지구/AFP 연합뉴스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8일 보복 공격으로 파괴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건물에서 주민들이 가재도구를 챙겨 나오고 있다. 가자지구/AF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의 이슬람주의 무장단체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전쟁”을 선포하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사상자가 급속히 늘면서, 중동에서 끝없는 보복과 전면전 확산의 위험마저 커지고 있다.

7일 하마스는 로켓 수천발을 발사하며 공세에 나섰고, 무장대원들이 직접 이스라엘 영내로 침투해 많은 민간인과 병사들을 인질로 잡았다. 이스라엘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하마스가 지배하는 가자지구를 공격해 이틀 만에 양쪽에서 1100명 이상이 숨지고 4400명 이상이 다쳤다. 하마스의 이번 동시다발 공세는 ‘이스라엘판 9·11 테러’라 불릴 정도로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의 군사·통치 역량 파괴를 목표로 전쟁을 선언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말 이스라엘에서 네타냐후가 이끄는 ‘극우 연정’이 출범한 이후 유대인 정착촌 확대와 알아크사 사원에 대한 지배권 강화를 더욱 거칠게 추진하면서 팔레스타인과 갈등을 악화시킨 결과다. 또 다른 중요 원인은 미국이 중재하는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평화협정으로 팔레스타인이 ‘버려질 것’이라는 위기감이다. 미국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을 사실상 포기하고,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평화협정을 추진해왔다. 사우디아라비아마저 이스라엘과 수교를 추진하면서, 팔레스타인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하마스는 이번 공격으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수교를 중단시키려는 위험한 도박에 나섰다.

오랫동안 계속돼온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비인도적 탄압에 반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민간인까지 잔혹하게 살해한 하마스의 이번 공격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스라엘이 보복에 나서면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더욱 큰 희생과 고통을 겪게 될 것을 우려한다.

이번 사태는 이스라엘 극우파 정권이 추진해온, 대화 없는 ‘힘에 의한 평화’의 한계도 분명히 드러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로켓을 요격하기 위해 ‘아이언 돔’을 도입한 바 있다. 또 세계 최고의 정보기구라는 모사드와 첨단 감시장비를 갖추고, 미국의 강력한 지원까지 받고 있음에도 이번 공격을 막지 못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속되고 국제질서가 흔들리는 가운데, 중동의 오랜 ‘화약고’에까지 불길이 확산되며 세계는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려면 한국의 외교·안보 전략도 더욱 깊고 신중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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