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연결되어 있다. 한국 정치의 극한 대립과 증오는 ‘민주주의의 모범’을 자처해온 미국과 유럽의 극우·포퓰리즘 정치 확산과 이어진다. 극심한 불평등과 경제 위기가 깊어지고, 모두가 불안 속에 서로를 증오하면서 공동체와 사회가 붕괴하고 있다. 각국의 정치 위기는 국제질서의 균열로 이어졌다. 미-중 패권 경쟁이 계속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등 곳곳에서 ‘화약고’가 폭발하고 있다. 겹겹의 위기가 우리 삶을 포위하는 다중위기의 시대다.
11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다중위기 시대: 공존의 길을 찾아’를 주제로 열리는 2023 아시아미래포럼은 이런 복합적 위기의 근원을 분석하고, 공존의 길을 찾기 위해 세계적 석학들과 함께 지혜를 모으고 토론하는 자리다. 특히 정치 위기의 뿌리인 불평등 문제를 깊이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제인 맨스브리지 하버드 케네디스쿨 명예교수는 ‘대립과 배제는 어떻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다. 그는 불평등이 커지면 ‘우리’(We-feeling)라는 공동체 의식이 무너지고 동질감을 만들어내기 위해 외부 적을 찾아 악마화하거나 전쟁하려는 유혹이 커지면서 정치와 국제질서의 위기가 깊어지게 된다고 경고해왔다. 대내적으로는 정치·경제적 양극화와 극심한 진영 갈등이, 대외적으로는 신냉전으로 치닫는 현 상황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주요국 어디에나 공통적으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지구촌과 우리 사회가 이를 현실이라며 그대로 방관하고 내버려둘 순 없는 노릇이다.
가브리엘 쥐크만 미 버클리대 교수는 ‘불평등의 대가, 누가 더 큰 비용을 지불하는가’를 주제로 강연한다. 그는 20세기 초 대공황 시기와 비슷한 현재의 불평등을 분석하는데, 결국 조세 정책이 그 ‘처방전’이라고 제안한다. 감세 기조와 재정균형을 동시에 추구하는 윤석열 정부가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감세의 혜택은 가진 자가, 재정균형의 피해는 약자가 받게 된다. 우리 정부가 현 기조를 그대로 이어나간다면 불평등은 더 심화되고, 그 피해는 약자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중위기가 세계 곳곳의 삶을 위협하면서, 공동체와 사회를 복원하고 평화를 지키고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외침은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 올해 아시아미래포럼이 우리 사회가 함께 대안을 찾아가기 위한 깊고 활발한 토론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