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한동훈 법무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와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검증 실패’ 지적에 “(제기된 문제들은) 과거에도 어느 정도 성공한 사람을 주요 보직에 쓸 때 비슷하게 반복됐던 문제들”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이 후보자 낙마를 ‘이재명 대표 방탄용 정치 투쟁’이라며 야당에 책임을 돌렸다. 사과는커녕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는 정부·여당에 할 말을 잃게 된다.
한 장관은 11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잇따른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 실패 책임을 묻는 야당 의원들에게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자료 수집만 한 뒤 공직기강비서관실에 넘길 뿐 가부 판단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가부 판단은 대통령실에서 하기 때문에 자신이 책임질 일은 없다는 것이다. 한 장관은 1년여 전 인사정보관리단이 창설될 때 “국민적 지탄이 커지면 내가 책임을 져야 될 상황이 생기지 않겠나”라고 말한 바 있다. 이렇게 말을 바꿔도 되는가.
또 김행 후보자의 문제가 과거 다른 후보자들에게도 반복됐던 문제인가. 인사검증 책임자가 이런 인식을 갖고 있으니 검증이 제대로 될 턱이 있겠는가. 아울러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느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최종책임자인 것은 분명하나, ‘나는 잘했으니, 그쪽 가서 물어보라’는 식의 태도는 오만할 뿐 아니라 주무장관으로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법무부는 또 야당 의원들이 요청한 인사정보관리단 업무 현황 등의 국감 자료를 ‘개인정보 노출 우려’를 핑계로 제출하지 않았다. 이 또한 1년 전에는 “음지에 있던 인사검증을 양지로 끌어내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약속한 것을 뒤집은 것이다.
‘이균용 부결’ 책임을 야당에 돌리려는 여당 주장도 한심하다. 대법원장은 1, 2심 재판에 개입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대법원 재판도 다른 대법관과 마찬가지로 ‘1표’만 행사한다. 더구나 윤 대통령 임기 동안 대법관 14명 가운데 무려 13명이 교체된다. 이런 상태에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탄이 어떻게 가능한가. 내년 1월 진보 성향 김선수 대법관이 권한대행이 되면 법관 인사 등을 통해 사법부를 야당에 유리하게 이끌 것이라는 주장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법관 인사 등 사법부 주요 정책은 대법관회의에서 결정한다. 정부·여당은 궤변과 억지 주장으로 국민을 호도하지 말고, 끝없는 인사 참사에 대해 국민께 사과부터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