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남부 크파르 아자에서 10일 이스라엘 군인들이 사흘 전 하마스의 공격으로 희생된 주민들의 주검을 옮기고 있다. 크파르 아자/AFP 연합뉴스
피의 악순환이 얼마나 더 계속돼야 하는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이 이어지면서, 어린아이들과 민간인들이 폭력의 광기에 무차별로 희생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을 준비하고 있어, 잔혹한 대량살상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기습공격에서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이스라엘 마을에 들어가 아기들까지 잔혹하게 살해하고 가족들을 몰살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아기 시신만 40구에 이르고 일부 어린이는 참수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쟁이 아무리 잔혹한들 이런 적은 없었다. 음악축제 행사장 주변에서는 260구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이스라엘군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하마스가 통치하고 있는 가자지구를 무차별 폭격하고 전기·수도·가스·식량 공급까지 끊으면서 어린이를 비롯한 민간인들이 끔찍한 재난을 겪고 있다. 연이은 공습으로 폐허로 변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은 도망칠 곳도 없다. 양쪽 사망자는 이미 2000명이 넘는다.
이스라엘이 지난 16년 동안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를 봉쇄해 ‘세계 최대의 감옥’으로 만들고 서안지역에서 유대인 정착촌을 폭력적으로 확대해온 비인도적 점령 정책에 반대하지만, 하마스의 이번 잔혹한 민간인 학살과 인질극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하마스의 이런 행위는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더 큰 고통을 겪게 하고,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큰 저항에 부딪혔던 네타냐후 극우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역설적인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부는 하마스에 대한 ‘보복’을 다짐하며, 50만 가까운 병력을 소집해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난민촌 같은 비좁은 공간에서 230만명이 살고 있는 가자지구에서 시가전이 벌어지면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은 엄청난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 비극이 더 큰 증오를 부르고, 중동 곳곳으로 분쟁이 번져나가고, 국제질서는 더욱 급속도로 붕괴될 것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 정부의 ‘보복’을 묵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유엔과 유럽연합(EU)은 하마스의 “테러 행위”를 비판하면서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으로 하마스를 괴멸시키더라도, 가혹한 점령 정책이 바뀌지 않는다면 또다른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등장으로 이어질 뿐이다. 국제사회는 증오의 확전을 막고, 팔레스타인 문제의 해법을 찾는 데 함께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