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16일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등 임명직 주요 당직자 인선을 발표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이철규 전 사무총장 등이 일괄 사퇴한 데 따른 후속 인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 이하다. 김기현 대표와 선출직 최고위원들만 남기고 다 바꿨다고 하지만, 바로 그런 한계로 인해 대통령 눈치 보기에 급급한 여당 체질이 근본적으로 변화할지 의문이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이만희 사무총장, 유의동 정책위의장, 김예지 최고위원(지명직) 등 임명직 당직자 7명의 인선을 마쳤다. 경북 출신인 이 사무총장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 후보 수행단장을 지냈으나 ‘친윤’ 색채는 옅다고 한다. 유 의장은 지난해 대선 전 정책위의장을 한차례 지낸 수도권 출신 3선 의원으로 과거 ‘유승민계’로 분류되던 인사다. 김 최고위원과 김성원 여의도연구원장, 박정하 수석대변인 등은 계파색이 뚜렷하지 않다. ‘친윤 일색’ 탈피, 비영남 수도권 출신 전진 배치 등을 위해 애쓴 흔적이 전혀 없진 않다.
그러나 이번 인사의 한계는 명확하다. 이번 보선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윤석열 대통령이지만, 당내에서 찾는다면 당연히 김 대표다. 윤 대통령이 지목해 당대표가 돼 집권 여당을 ‘여의도 출장소’로 만든 장본인이다. 그런데도 선거 패배 이후에도 자리를 보전하고, 책임은 ‘그 이하’ 몫으로 돌렸다. 더욱이 김 대표는 인선 발표 직전까지 대표적 ‘친윤’으로 일괄 사퇴한 지명직 가운데 한명인 박대출 전 정책위의장을 사무총장으로 ‘회전문 인사’를 하려던 사실이 드러났다. 입으로는 책임 통감 운운했으나, 실제론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 김 대표가 갑자기 “당·정·대통령실 관계에서 당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한들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
국민의힘의 이번 임명직 당직 인선은 전형적인 땜질·미봉 인사다. 말 그대로 ‘김기현 체제 시즌2’일 뿐이다. 윤 대통령이 보선 패배 뒤 ‘차분하고 지혜로운 변화’를 주문할 때부터 예고된 일이다. 이렇게 당을 ‘장악’하고 있는 윤 대통령이 이날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회의에선 ‘당정 소통 강화’를 강조했다. 이 상태에선 여당의 대통령실 종속이 더 심화될 뿐이다. 정작 자신의 잘못이나 책임, 국정 기조의 근본적 변화 가능성 등에 대해선 계속 침묵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보선 패배 이후 국정 쇄신 방안을 고민한다고 전하고 있으나, 언행을 보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